김재수 동국대학교 석좌교수(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윤석열 정부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시대’를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지역 균형 발전 특별 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방 자치분권 및 지역 균형 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추진 중이다. 부처마다 지방 살리기 대책을 추진하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방이 텅 비어 가니 지방 자치단체에서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지역 인구를 ‘정주개념’이 아닌 출향인, 휴양, 관광객을 포함하는 ‘관계인구‘ 개념으로 바꾸자고 한다. 그러나 미봉책이며 부작용도 우려된다.
지방 소멸의 가장 큰 요인이 전체 인구감소지만 빠른 고령화도 심각한 요인이다. 2022년 3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 위험 지역은 113곳이다. 전체 지자체의 절반에 해당한다. 지난해 전체인구가 5173만 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총인구 감소는 예상했던 2029년보다 8년 당겨졌다. 2017년에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14%가 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5년에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이미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이 901만8000명 수준으로 전체인구의 17.5%이다. 초고령사회로 가는 데 미국은 21년, 독일은 37년, 일본은 12년 소요됐는데 우리나라는 8년 만에 진입한다. 사상 유례없는 변화가 곳곳에서 일어난다. 출산율 하락, 학령 인구감소, 병력자원 감소, 지역 소멸 확대 등 국가사회 전반에 매우 부정적 영향이 나타난다. 복지나 건강 관련 예산도 엄청나게 늘어난다. 2022년 보건복지부 예산은 97조4000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16% 정도이다. 보건, 복지, 고용 예산을 합치면 216조 원으로 전체 국가 예산의 36%를 차지해 엄청난 재정 부담으로 다가온다. 인구증가 시대에 만든 행정, 교육, 고용, 산업, 복지, 국방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세계 6위의 국력을 가진 대한민국이나 국민의 행복 지수는 OECD 37개 국가 중 35위이다. 자살률은 1위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9월 27일 열린 회의에서 “지난 16년간 280조를 투입했으나 효과가 없었다”며 ‘포퓰리즘이 아닌 과학적 접근’을 강조했다.
지방 인구 소멸 방지대책으로 ‘웰니스 (wellness)산업’을 추진할 것을 강조한다. 농촌에서 일, 삶, 놀이, 배움을 융·복합적으로 추진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농업 부문에서는 치유농업, 관광 부문에서는 치유관광, 의료 부문에서는 웰니스 의료가 있다. 제일 선두에 치유농업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농촌 진흥청에서 지난해 ‘치유농업의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여러 대책을 추진 중이다. 농촌에서 농업과 관광과 치유를 통해 일자리도 만들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치유농업이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녹색의 자연을 좋아하고 그 속에서 살고자 하는 녹색갈증(Biophilia)을 가지기도 하고, 코로나 19등 신종 바이러스를 벗어나기 위한 욕구가 증대되기 때문이다.
치유농업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농업과 농촌, 동물과 인간, 생태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인간성을 회복시켜 준다. 고령화로 인한 치매나 노인성 질환 방지에도 효과가 크다. 육체와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웰니스 산업은 우리 농촌이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웰니스연구소(GWI)는 세계 웰니스관광 시장 규모가 2020년 4357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1조127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농촌 들녘에 쌀값 인상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보는 마음은 무겁다. 가격 인상 등 한두 가지 처방으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 농촌 공간을 농작물 생산 공간을 넘어 국민의 휴양, 오락, 관광, 치유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치유농업은 농촌 경제를 활성화해 인구소멸을 방지하고 국가 균형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