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장마철이 지난 후에도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기상청이 '장마'라는 표현을 현재처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기상청은 2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기후위기 시대, 장마 표현 적절한가?'라는 주제로 한국기상학회 특별분과 행사를 열었다.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장마철 강수 지속 기간이 크게 변하고 단속적인 소나기와 국지적 폭우가 잦아지고 있어, 오랫동안 사용해온 용어인 장마의 표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행사에선 기상청이 2011년 이후 10여년 만에 작성한 장마백서가 공개됐다.
백서에 따르면 1970년대 평균 장마철 강수량은 313㎜였다. 1980년대엔 389㎜로 늘었다가 1990년대엔 297㎜로 줄었다. 2000년대에 408㎜로 급증했고 2010년대에는 328㎜로 다시 감소했다.
최근 들어서는 장마철과 '장마철 이후 비가 내리는 기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특징이 나타났다.
장마 시작일과 종료일이 모두 늦어지는 추세다. 보통 장마가 시작하는 6월 하순부터 7월 상순까지 강수량이 늘었다.
이와 함께 8월 초 강수량이 늘면서 6월 중순부터 9월 하순까지인 우기 중 1차 우기인 장마가 끝난 뒤 장마 때에 버금가게 비가 내리는 '2차 우기'의 시작이 일러졌다. 2차 우기는 '가을장마'라고도 불린다.
특히 올 여름에는 장마철보다 장마철 이후에 더 많은 비가 내렸고, 지역별 차이가 뚜렷했다. 전체 강수량 중 장마철 강수량이 42.2%, 장마철 이후 강수량이 49.8% 차지했으며, 우리나라 중부와 남부 지역 간 강수량 차이가 1973년 이후 상위 2위(458㎜) 기록했다.
기후변화로 급변하고 있는 여름철 강수 유형을 반영할 수 있는 장마의 새로운 정의 또는 신규 용어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장은철 공주대학교 교수(장마특이기상연구센터장)는 "장마가 종료된 후에 소나기 및 국지성 강수가 집중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만큼, 최근 여름철 강수 발생 과정과 특징들이 전통적인 장마의 특성과 부합하는지 추가 연구를 통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계 일각에서는 아열대성 기후의 특징인 강수가 집중되는 구간을 의미하는 우기(雨期)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반면 시베리아 등 고위도 지역의 지면 상태 변화로 인한 대규모 대기 순환의 변화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여름철 강수 특성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기에, 적절한 형태의 구분과 표현을 찾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장마는 온 국민이 수백 년 이상 사용해 온 친숙한 용어인 만큼 간단히 결정할 사항이 아닌만큼 학계와 산업계는 물론 국민의 의견을 종합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