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이란의 측면 지원으로 우크라이나 공격에 화력을 더했다. 이란산 ‘자폭 드론’ 공격을 통해 우크라이나 주요 기반시설을 파괴했다. 수십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고, 전력이 끊겼다.
서방과 이란은 러시아 무기 공급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란산 드론 2400대를 주문했다고 주장했다. 미 정보당국은 이란이 크림반도에 교관까지 파견해 러시아군에 드론 사용법을 훈련시켰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이 러시아에 지대지 미사일도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한 바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무기 판매에 선을 긋고 있지만, 속내는 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산 드론이 전장에서 활약하면서 이란 무기가 경쟁력이 있음을 국제사회에 과시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전까지 대부분 무기를 수입했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을 겪으면서 무기 제작 기술을 대폭 강화했다. 현재 군사 장비의 80% 이상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그동안 이란산 무기는 이라크, 예멘, 레바논 등 중동 지역에 공급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 흐름을 바꾸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중동연구소의 이란 연구 프로그램 방문학자인 에릭 롭은 CNN에 “이란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이란처럼 고립된 국가에는 이런 게 인센티브가 된다”고 말했다.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싶은 이란으로서는 자국산 드론이 전장에서 어떻게 활약하는지 관찰, 결점을 확인하고 보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런던 소재 싱크탱크인 왕립국방연구소(RUSI)의 수석 연구원 아니세 타브리지는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따라 이란산 무기 구입 고객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란의 적국들도 무기 수준을 관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국방안보포럼 설립자인 아미르 아비비는 “이란의 최대 적수인 이스라엘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며 “지상에서 이란산 무기의 능력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