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부터 트럼프까지, 83세 할머니의 '타오르는 질문들'

입력 2022-10-2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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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질문들' 책표지에 등장한 마거릿 애트우드 (교보문고)
“2017년 4월에 TV 시리즈 ‘시녀 이야기’(핸드메이즈 테일)가 방영됐을 때 시청자들은 거기서 현실감을 느꼈다.”

이제는 80대의 할머니가 된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83)는 신간 ‘타오르는 질문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7년을 이처럼 비판적으로 기억했다.

선거 운동 시절부터 비화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여성주의적 언행과 사고관이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던 해였다. 때마침 마거릿 애트우드가 40대였던 1985년에 집필한 유명 소설 ‘시녀 이야기’가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로 제작돼 방영됐다.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던 미국 여성들이 극도의 보수주의 국가에 예속돼 졸지에 시녀 처지가 된 삶을 그린 ‘핸드메이즈 테일’은 마치 당대 미국 상황을 미리 예고한 듯한 전개를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해 열린 제69회 에미상에서 작품상 등 8관왕에 올랐고 올 해까지 시즌5를 선보이면서 흥행 시리즈 반열에 올랐다.

▲'시녀 이야기'를 드라마화 한 '핸드메이즈 테일'의 한 장면 (웨이브)

신간 ‘타오르는 질문들’은 ‘시녀이야기’(1985), ‘미친 아담’(2013)처럼 시대를 앞서간 소설로 대중의 선택을 끌어내고 ‘눈먼 암살자’(2000), ‘증언들’(2019)로 두 차례나 부커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인정을 받은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에세이집이다.

꾸준히 소설을 집필하는 와중에도 이런저런 원고 청탁 요구를 받아 써내려간 서평, 논설, 추도사 등 총 62편의 글을 책으로 엮었다. 2004년부터 2021년 사이를 휩쓸었던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작가의 시각이 빼곡히 녹아 들었다.

할리우드 미투 현상을 이야기하는 4부 ‘파국의 시대’에서 그는 “지금의 미투 현상은 망가진 사법제도의 징후”라고 분석했다. 피해 여성들이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했기에 “그들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들었다”고 평했다.

작가가 수호해야 하는 표현의 자유, ‘나쁜 페미니스트’ 논쟁, 여러 우선 순위에서 밀려버린 기후 문제 등도 고루 다뤘다.

마거릿 애트우드가 가장 최근에 던진 질문은 기후 위기에 관한 것이다. 자기 세대에서는 해결하지 못한 기후 문제에 이제는 그레타 툰베리와 같은 ‘포스트밀레니얼 운동가’들이 앞장서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그는 “얼마 안 가 포스트밀레니얼 세대가 성장해 결정권자의 자리에 앉게 된다”면서 “그때 그들이 주어진 권력을 현명하게 쓰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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