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당시 만기연장ㆍ상환유예 9월 종료 예정돼 있어 국회서 속도 낸 것"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캠코 7조원 상향 조정 법안 21일자로 대표 발의
금융위 "법정 자본금 한도 관련 법 개정 추진하고 심사시스템 구축하겠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새출발기금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는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사업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연체자만 새출발기금을 신청할 수 있다는 조건 때문에 변제 여력이 안 되지만 성실히 납부해온 사람들이 제외된다"며 "고의로 연체하는 경우도 생기니 조건 완화를 검토해달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연체자 조건 완화는 또 다른 도덕적 해이 문제를 불러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새출발기금이)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보고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이달 13일 기준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 인원은 누적 기준 7513명, 채무액은 1조1811억 원이다. 총 30조 원 규모인 전체 예산의 3.33% 수준으로, 정치권에서는 신청자 수가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초 새출발기금의 수혜 예상 인원이 약 25만~40만 명에 이르는 데 현재 신청 인원은 7500여 명에 불과하다"며 "보통 시장의 관심을 많이 받는 사업은 초기 지원자들이 많은데 (새출발기금은) 적고 홍보도 안 돼 있다"고 평가했다.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부채 문제가 심각해 여러 대비책이 필요한 상황인 것은 맞았지만 대출 상환유예 기간 연장, 저금리 대환대출, 새출발기금 등 한 번에 여러 개 대책이 나오다 보니, 신청자 수는 적고 정책 효과도 줄어들었다고 본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새출발기금이 소상공인ㆍ자영업자 만기연장 대책의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출발기금은 만기연장ㆍ상환유예 조치를 추가 연장했음에도 상환계획을 만들지 못할 정도로 부실화된 차주가 금리 조정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만기를 연장하거나 상환을 유예한 차주는 굳이 새출발기금을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기연장 등으로 금융권에서 취약 차주를 1차적으로 잘 지원해주고 있으니 새출발기금 신청 지원자가 예상보다 적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년 9월 상환 유예기간이 종료됐을 때 새출발기금을 이용할 수 도 있다"며 "금리 인상기에 대출 금리도 같이 오르고 있어서 앞으로 새출발기금 지원을 희망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출발기금 출범 당시 정부 출자분이 캠코의 법정자본금 한도인 3조 원을 넘긴 규모로 책정됐다는 점이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재원에 대한 정확한 산정 없이 기금부터 내놨다는 지적이다.
캠코에 따르면 새출발기금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총 18조 원으로, 3조6000억 원을 정부가 출자하기로 했다. 이 중 1조1000억 원은 올해 5월 이뤄진 추경으로 출자가 진행 중이지만 나머지 2조5000억 원 중에서는 약 2800억 원만 출자가 가능하다. 이미 1조6000억 원의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는 캠코의 법정 자본금 한도가 3조 원이라서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근거가 되는 법안 개정도 없이 시작했다는 점에서 새출발기금의 전반적인 계획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이에 캠코 측은 "당초 기금 설계 때부터 1조1000억 원에 대해서만 먼저 출자하고 나머지는 순차적으로 법 개정하면서 (이행)하자고 여야 의원,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논의된 내용"이라고 했다
또 "9월 말에 금융권 만기연장·상환유예 종료가 예정돼 있었기에 빨리 시작을 해야 했던 부분도 있다"면서 "(캠코의 법정 자본금을 증액하는 것에 대해) 기재부, 금융위 등 이견이 없는 상태라 차근히 절차 밟으면 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등 12명의 의원이 지난 21일 캠코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7조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한편 새출발기금 신청 조건을 맞추기 위해 현장에서 상담사가 연체를 권유하는 등의 문제 역시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2주 전 새출발기금을 신청하러 갔는데 조건이 안 맞아서 상담사가 조건을 맞춰 오라고 했다"며 "카드대금을 10일 연체해서 부실우려차주로 다시 신청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한 여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매뉴얼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 상담자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업을) 성급하게 시작했다는 점이 실효성을 떨어뜨린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20일 "고의연체 등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심사시스템을 구축하고 부실차주 인정 범위에 대해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