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양분한 국내 바이오시밀러 사업에서 전통 제약사들이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고심하면서 선택한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제약사들의 체질 개선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24일 본지 취재 결과 종근당과 동아에스티 등 오랜 업력을 보유한 국내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연구·개발(R&D)에 필요한 노력과 시간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이오시밀러는 투자 대비 효용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바이오시밀러는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는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 파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111억 달러 규모를 기록했으며, 2028년에는 181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연간 의약품 매출액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주요 바이오의약품들의 특허만료가 다가오면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할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은 최근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비에스’의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루센비에스는 제넥텍이 개발하고 로슈와 노바티스가 판매하는 ‘루센티스’의 고순도 바이오시밀러이다. 종근당의 순수 독자 기술인 항체절편 원료제조 기술이 적용됐으며, 루센티스의 모든 적응증을 확보했다.
루센비에스의 허가에 따라 종근당은 두 번째 바이오의약품을 확보했다. 회사는 2019년 2세대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네스벨’을 출시, 일본과 동남아, 중동 등에 수출하고 있다.
종근당은 국내 시장에 이어 2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동남아·중동지역 등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후 선진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처음부터 거대 시장을 노리기보단 가능성 있는 시장을 먼저 찾을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바이오의약품 R&D 파이프라인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 현상으로 안과질환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혈관(신생혈관)에서 누출된 삼출물이나 혈액이 망막과 황반의 구조적 변화와 손상을 일으키는 습성 황반변성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3대 실명 원인 중 하나다.
바이오시밀러에서 쌓은 노하우는 종근당의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항암 이중항체 신약 ‘CKD-702’가 다음 타자다. 회사는 지난달 유럽종양학회에서 암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서 CKD-702의 가능성을 확인한 임상 1상 결과를 선보인 바 있다.
또 다른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는 삼천당제약이 뛰어들었다. 지난달 SCD411의 글로벌 임상 3상을 마무리, 내년 1월 최종보고서를 받을 예정이다. 이어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과 한국, 유럽에 순차적으로 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리제네론이 개발한 아일리아는 지난해 약 99억 달러(약 14조 원)의 글로벌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물질특허는 내년 11월 만료된다.
국내 일회용 점안제 생산 1위인 삼천당제약은 SCD411 개발을 통해 안과질환 치료제 전문기업으로 입지를 강화하고,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안과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5년 38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동아에스티가 개발 중인 ‘DMB-3115’는 연내 글로벌 임상을 마칠 전망이다. DMB-3115는 얀센이 개발한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이다.
내년 9월 미국 물질특허가 끝나는 스텔라라는 판상형 건선,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건선성 관절염 등에 쓰인다. 얀센의 모회사 존슨앤드존슨의 경영실적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91억 달러(약 13조 원)의 글로벌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동아에스티는 메이지세이카파마와 2013년부터 DMB-3115의 공동개발을 진행해 왔다. 스텔라라의 특허만료 시점에 맞춰 DMB-3115를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다국적제약사 인타스에 한국과 일본, 일부 아시아 국가를 제외한 글로벌 권리를 이전해 판매망도 보충했다.
DMB-3115가 상업화에 성공하면 동아쏘시오홀딩스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계열사 에스티젠바이오가 제품 생산을 담당한다. 따라서 에스티젠바이오의 본격적인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올해 말 임상 종료를 목표로 임상 3상이 차질없이 진행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 글로벌 허가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