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L 제빵공장 사고로 발생한 SPC 불매운동이 계속 이어지자 SPC가 타격을 받고 있다.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매출 감소로 고민할 정도다. 또 다른 계열사인 샤니에서도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SPC 불매운동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SPC가 국내 유통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불매운동이 SPC에 계속 타격을 줄지 의문이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SPC 불매운동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SPC 계열사는 파리바게뜨이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파리바게뜨 가맹점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감소했다.
40대 점주 A씨는 “이달 초와 비교했을 때 매장에 방문하는 사람이 조금 줄어들었다”며 “매장 마감 시간때 폐기하는 빵의 개수도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피해가 심각해지자 SPC는 파리바게뜨에서 판매되는 소보루빵·단팥빵·식빵 등 13종의 빵에 대한 반품을 허용하기로 했다.
불매운동 여파로 SPC삼립 빵 발주량을 줄이는 편의점 점주들도 생겼다. 편의점 점주 B씨는 “고객들로부터 지적을 받기 이전에 제품 개수를 줄이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SPC 매장에는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점심시간 SPC가 운영하는 다른 프랜차이즈 매장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SPC 불매운동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SPL 사고 발생 8일 뒤인 23일에 샤니의 성남 제빵 공장에서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해서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대국민 사과한 지 이틀 만에 사고가 터진 것이다.
실제 주요 대학에는 SPC 불매운동이 퍼지고 있다. 성공회대 노학연대모임인 ‘가시’는 최근 학내 게시판과 양재동 SPC 본사에 "파리바게뜨 빵과 SPC를 여전히 불매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이화여대, 건국대 등 다른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불매운동에 동참하자"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은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시기”라며 “소상공인 가맹점주 입장을 고려해서라도 과장된 보도를 자제해 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매출 감소 현상이 있음에도 불매운동이 장기적으로 SPC에 큰 타격을 주기 어렵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국내 유통 시장에서 SPC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빵 시장에서 SPC삼립 점유율은 73.09%다. 2위 롯데(7.95%)와의 격차는 10배 이상이다. 한 유통채널 관계자는 “현재까지 SPC삼립 빵 판매량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내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는 SPC 계열사인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가 독주하고 있다. 전국의 배스킨라빈스 매장 수는 1466개(2021년 등록기준)이다. 많은 타격을 받고 있는 파리바게뜨 가맹점 수(2021년 등록기준)도 3390개나 된다. 경쟁사인 CJ푸드빌의 뚜레쥬르(1266개)보다 약 2.7배 많다.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도 SPC의 입지는 상당하다. 대표적으로 KFC, 버거킹, 롯데리아, 노브랜드버거 등 국내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은 SPC로부터 햄버거 번을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