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완간
25일 오전 서울 마포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열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유홍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은 청와대 활용방안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유 이사장은 “전문적인 건축가에게 맡겨서 (활용 방안에 대한) 경쟁을 열고, 국민 여론도 수렴해서 마스터플랜 속에서 (세부정책을) 시행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면서 “훌륭한 건축가나 코디네이터 없이 누가 (진행을) 해서 손대놓고 나면 나중에는 고치지도 못한다“고 조언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청와대뿐만 아니라 수도 600년 역사를 지닌 서울 곳곳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그 변화상을 짚었다.
입담 좋은 할아버지 역사 선생님처럼 편안한 목소리로 서울의 변천사를 짚어 나가던 유 이사장은 때로 “책 194쪽을 펴보면…”이라고 언급하며 자신의 신간 속 내용과 사진까지 꼼꼼히 활용했다. 그는 “후대 사람들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이렇게 변화해서 여기까지 왔구나’ 하도록 공유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정식 출간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은 11, 12권으로 총 두 권이다. 11권은 ‘서울편3 사대문 안동네: 내 고향 서울이야기’로 북촌, 서촌, 인사동 등 유 이사장이 어린 시절을 보낸 서울 내부 지역을 다뤘고, 12권 ‘서울편4 강북과 강남: 한양도성 밖 역사의 체취’에는 성북동, 선정릉과 봉은사, 망우리 등지에 얽힌 역사적 맥락을 담아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총 10권까지 집필한 유 이사장은 2019~2021년 번외로 중국편 3권을 선보였고, 이날 다시 서울 이야기를 다룬 11, 12권을 공개했다.
그는 시민과 관광객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북촌에 대해서 “막연히 조선시대 양반들이 살던 우리 한옥의 밀집 지역이라고 생각하지만 윤보선 가옥을 제외하면 조선시대 양반집은 한 채도 없다”면서 “전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지어진 한옥 지구”라고 설명했다.
한옥 지구가 지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배경은 11권 북촌 편에 자세히 소개된다. 유 이사장은 “그때의 건축가라고 할 수 있는 주택업자 정세권이 도시형 한옥 개량주택의 표준 설계를 만들었다”면서 “어떤 사람들은 정세권이 한옥의 격을 떨어트렸다고 하는데 그건 격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변화 자체가) 1930년대 우리나라의 문화사인 것”이라고 짚었다.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는 서울 중랑 망우역사문화공원 내 묘역에 대해서는 “1930년 한양도성 인구가 12만 명이었는데 1934년 20만 명으로 늘어나 엄청난 주택난이 시작됐다”면서 “한양도성 가까이에 있었던 이태원(용산), 노고산(마포), 고택골(은평), 미아리(강북)의 공동묘지를 전부 이장해 70만 평의 망우리 공동묘지를 개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파리의 공동묘지 페르 라쉐즈를 찾는 건 무덤이 예뻐서가 아니라 에디트 피아프, 프레데리크 쇼팽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현재 망우리 공동묘지에는 만해 한용운, 죽산 조봉암, 설산 장덕수와 이중섭, 박인환, 차중락 등 문화인 40여 명의 무덤이 남아있다”고 각별한 의미를 짚었다.
이날 유 이사장은 성북동의 이태준 고택, 청와대의 칠궁, 화랑과 고서점이 모여든 인사동 거리, 인왕산 수성동 계곡과 병풍바위 등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서울이라는 도시의 역사와 변화상을 속속들이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내가 봐왔던 도시의 변화 모습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면서 이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를 시작으로 독도에서 끝맺는 이야기를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