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넘은 비방전에 ‘진흙탕 싸움’ 눈살
조합 “과열 아닌 선의 경쟁 나와야”
구청, 위법행위 경고 및 주의공문 발송
올 하반기 서울 도시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수주를 놓고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의 경쟁이 치열하다. 시공사 선정 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사의 홍보전이 갈수록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조합과 용산구청은 양사 간 다툼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30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한남2구역 일대 공인중개업소에는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의 자사 홍보 포스터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일대를 지나는 주민들은 가끔 걸음을 멈추고 설계 제안을 비교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10초 이내에 발길을 재촉하는 경우가 많았다.
용산구 보광동 A공인 관계자는 “요즘 (건설사로부터) 타사는 제외하고 자사 홍보 포스터만 게시해달라고 요청이 많아서 아예 둘 다 떼버렸다”며 “롯데든 대우든 조합원들이 알아서 사업 조건이 더 우수한 곳을 택할 텐데, 갈수록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남2구역은 불법 옥외광고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롯데건설은 일대 상점 및 공인중개업소와 계약을 맺고 바닥조명을 설치해 용산구청으로부터 철거 계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은 용산구 보광동 272-3 일대에 지하 6층~지상 14층, 30개 동, 1537가구(임대 238가구 포함)를 짓는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만 9486억 원에 달한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오는 11월 5일 열린다.
조합은 이번 사업 공사비를 평(3.3㎡)당 770만 원으로 고가 책정해 건설사의 치열한 수주 경쟁이 예상된다. 건설업계에선 평당 770만 원은 최근 건설 원자잿값 인상을 고려해도 비싼 편이라고 평가한다. 그만큼 조합의 단지 고급화 의지가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은 모두 기존 아파트 브랜드 대신 하이엔드 브랜드를 제안하며 조합원 민심 잡기에 나섰다. 롯데건설은 ‘르엘 팔라티노(LE-EL PALATINO)’, 대우건설은 ‘한남 써밋(HANNAM SUMMIT)’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양측의 공약도 파격적이다. 롯데건설은 사업촉진비를 포함한 총사업비 1조 원을 제안했다. 분담금의 경우 입주 4년 후 100% 납부 조건으로 입주 시까지 금융비용을 부담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최저 이주비 7억 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40% 제공을 약속했다.
대우건설은 사업비 전체를 책임 조달하고 ‘입주 2년 후 분담금 납부 조건’과 ‘수요자 금융조달방식’을 제시했다. 아울러 △최저 이주비 10억 원 △이주비 LTV 150% 등을 내걸었다.
다만,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도제한’ 관련 논란도 불거졌다. 대우건설은 기존 원안의 대안 설계와 함께 ‘118 PROJECT’를 제시했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근거로 아파트 최고 높이를 기존 90m에서 118m로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롯데건설은 현재 스카이라인 가이드라인 적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118m 설계안으로 홍보하는 것은 조합원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렇듯 한남2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두고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용산구청까지 제지하고 나섰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홍보 경쟁이 과열되면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각 사 위법행위에 대해 경고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시공사 선정에 앞서 대안 설계 등 조합원들이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을 공지하라고 조합에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