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하면서 수많은 인파가 몰리게 된 배경에 눈길이 쏠렸다.
이날 사고는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톤 호텔 옆 내리막길로 된 폭 4m 정도의 좁은 길에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했다. 야외 마스크 해제 후 맞는 첫 핼러윈을 앞두고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151명이 사망하고, 82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고로 인한 총 사상자는 233명이다.
핼러윈은 10월 31일 밤을 기념해 진행되는 영미권의 전통 행사다. 역사학자들은 고대 켈트족이 새해(11월 1일)에 치르는 사윈(Samhain) 축제에서 유래됐다고 본다.
켈트족은 이날엔 사후 세계와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악마나 망령이 세상에 나타날 수 있다고 여겼다. 사자의 혼을 달래고자 모닥불을 피우고 음식을 내놓았으며, 망령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변장을 했다고 한다.
이후 8세기 유럽에서 가톨릭교회가 11월 1일을 ‘모든 성인 대축일’로 지정하자 그 전날인 10월 31일에 사윈 축제를 이어갔고, ‘신성한(hallow) 전날 밤(eve)’이라는 의미로 이후 ‘핼러윈’으로 불리게 됐다.
중세 유럽에서 켈트와 가톨릭 신앙이 혼합된 형태로 발전한 축제는 이후 아일랜드 등 유럽의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원주민 문화와 다시 융합돼 오늘날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핼러윈에 죽은 영혼들이 되살아나며 정령이나 마녀 등이 출몰한다고 믿고, 육신을 뺏기지 않기 위해 유령이나 흡혈귀, 해골, 마녀, 괴물 등의 복장을 하고 축제를 즐긴다. 유령이나 괴물 등으로 분장한 아이들이 집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다니며 “간식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 거야‘(trick or treat)라고 외치는 모습은 미국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도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 미라 등 작품을 통해 잘 알려진 괴물 의상을 차려입고 모여 파티를 열거나 집을 거미줄과 해골 인형 등으로 꾸미며 핼러윈을 즐긴다.
식품업계 등의 상업적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면서 사탕과 초콜릿을 대거 소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미국 전국소비연맹(NRF)은 올해 미국인이 사탕, 장식, 의상 등 핼러윈용품에 106억 달러(한화 약 15조 원)를 써 기존 최대 기록인 지난해의 101억 달러를 경신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애완동물용 의상에만 7억 1000만 달러를 소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핼러윈은 한국과는 상관이 없는 날이었지만, 미국 문화가 전 세계로 전파되면서 한국의 젊은 층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수년 전부터 상업주의와 연결되며 축제로도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미권 기념일인 핼러윈이 상업주의와 결합하며 무분별한 외래문화 모방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