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가 1년 새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홍콩H지수와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들의 대거 원금 손실 (Knock In·낙인) 위험이 급증하고 있다. 6조 원 규모에 달하는 관련 상품의 절반 가량이 녹인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정부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1인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당분간 변동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31일 오후 3시14분(현지시간) 기준 홍콩H지수(HSCE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5%(83.07포인트) 내린 4946.42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장 초반 4919.03까지 급락하며 5000선을 하회한 이후 약세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홍콩H지수는 최근 1년 새 절반 수준으로 위축된 상태다. 지난해 11월 1일 8899.32 대비 약 44% 가량 내렸다. 지난 10월 들어 6000선이 붕괴되는 등 올해 들어서만 39% 가량 하락했다.
주가가 급격히 빠지자 홍콩H지수와 연계된 ELS 상품들의 원금손실 위험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홍콩H지수 기초자산 ELS 발행잔액 10조5520억 원으로 집계된다. 이 중 홍콩H지수가 5000포인트를 하회할 경우 녹인에 대항하는 ELS 상품은 약 56.5%(5조9650억 원)에 달한다.
각 증권사들도 줄줄이 홍콩 H지수 관련 녹인 공지를 연이어 띄우고 있는 분위기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설정된 키움증권의 공모 ‘키움증권1569(ELS) 상품은 기준가 대비 하방 베리어 하회가 발생했다. 기초 자산 중 하나인 HSCEI 지수가 55%(5953.8) 미만으로 하락하면서다. 만기일은 2024년 4월 30일까지다. 지난해 2월에 설정된 하이투자증권의 공모 ‘하이투자증권(ELS)2438도 기준가 대비 하한베리어 55%를 터치하면서 녹인이 발생했다. 하한베리어 가격(6358.7) 아래로 HSCEI 지수 한참 내려온 상태다.
최근 홍콩H지수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상품은 더 늘어갈 가능성도 있다. 홍콩H지수는 지난해 들어 7월까지만 해도 1만에서 1만2000대를 기록했다. ELS 상품들의 녹인 조건이 대부분 -50~55%에 몰려있는 만큼 지수가 조금만 내려도 녹인 상품이 대거 늘어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시진핑 독주체제’ 출범 등 대내외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홍콩H지수 관련 ELS 상품들의 원금손실 위험은 계속될 전망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 지수 하락으로 ELS 녹인 및 증권사 파생운용 실적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며 “홍콩H지수의 약세는 조기상환 이익감소와 ELS헤지손익 악화 가능성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최원석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시진핑으로의 과도한 권력 쏠림을 경계하고 있다”며 “신지도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콩 증시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