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 결과가 발표된 지 하루가 지나도록 보우소나르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전날 브라질 선거관리위원회는 룰라가 50.9%를 득표해 49.10%를 얻은 보우소나루를 제치고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룰라는 간발의 차이로 보우소나루를 따돌리고 브라질 사상 첫 3선 대통령이 됐다.
투표 결과 발표에도 보우소나르는 패배 승복을 하지 않고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우소나르가 국방장관, 외무장관, 비서실장 등 고위 관료들을 만났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선거 관련 의견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방장관은 브라질 선거 시스템의 보안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선거 관리위원회 측이 투표 기계를 일부 변경한 후 보안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일부 관료들은 보우소나르에게 패배 승복 선언을 조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측근들도 패배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아르투르 리라 하원의장은 TV 연설에서 “선거에서 표출된 다수의 의지는 도전 받아서는 안된다”며 “불평등을 해결하는 주권 국가 건설을 위해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르의 불복을 부추기는 유일한 인물은 아들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아들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고개를 들고 브라질을 포기하지 말자”며 “신이 책임진다”는 말을 남겼다.
측근들의 패배 승복 분위기에도 보우소나르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불확실한 상태다. 그는 수개월 동안 자신이 대선에서 패배하는 길은 선거가 조작될 경우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구체적 근거 없이 좌파가 투표를 조작할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투표를 온라인으로 실시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선거 사기 관련 잘못된 정보들이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보우소나루의 사기 발언 영향으로 지지자들 상당수는 선거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지자 수백만 명은 투표를 믿지 않는다며 보우소나루의 ‘지시’에 따라 시위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브라질 선거 관리위원회는 사기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일부는 보우소나루의 결정을 기다릴 것도 없이 이미 시위에 나섰다. 브라질 20개 주 전역에서 최소 236개의 도로를 봉쇄했다. 수십 개 그룹은 텔레그램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보우소나루의 ‘입’을 바라보는 브라질 사회가 폭풍전야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