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자산운용 2대주주 이동열 씨 변호인
펀드 자금 세탁 수수료로 20~30% 차감당해
손실 만회코자 선물 투자했다 200억 날리기도
정준영 법률사무소 해주 대표변호사는 3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진행한 본지 인터뷰에서 ‘옵티머스 사태’ 변호인으로 참여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정 대표변호사는 옵티머스자산운용 2대 주주 이동열 씨를 변호했다.
정 변호사는 “투자자금 회수가 거의 불가능해 너무 많은 피해자를 만들었다”며 “자금 세탁을 위해 사채업자들을 동원하면서 돈세탁 수수료 명목으로 20~30%를 차감당하고, 로비자금이 들어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성지건설에 개인적인 투자금으로 쓰이고, 옵티머스자산운용 독자 사업을 발굴하는 등 펀드상품 투자설명서에 적힌 내용과 관계없는 운용 지시가 수시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끼우는 식으로 투자자들에게 약정한 수익금 및 펀드 환매금을 돌려막았다. 이 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을 만회하고자 펀드 자금을 유용, 선물‧옵션에 투자했다가 200억여 원의 추가 손실을 낳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7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사기)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의 상고심에서 징역 40년에 벌금 5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추징금 751억7500만 원도 유지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옵티머스 2대 주주 이 씨에게는 징역 20년에 벌금 5억 원이 확정됐다.
김 대표 등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이고 1조2000억 원대 투자금을 모아 부실채권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해자만 약 3300명.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피해금액은 5600억 원에 달했다.
1심은 김 대표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5억 원, 추징금 751억7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 씨에게는 징역 8년과 벌금 3억 원이 선고됐다. 그러나 2심은 1심이 일부 무죄로 판단한 혐의를 유죄로 뒤집어 형량 수준을 크게 높였다. 1심보다 2심 형량이 늘어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상급 법원 선고 형량이 이처럼 대폭 무거워지는 전례는 찾기 힘들다.
재판부는 “금융시장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심각하게 손상하는 등 사회에 끼친 해악이 크다”면서 “재범을 막기 위해서 중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고 형을 그대로 확정했다.
정 변호사는 “그동안 시세 조종(주가 조작) 행위 등 경제 사범에 대한 형량이 다른 강력 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경제 범죄에 징역 40년의 중형은 헌정 사상 역대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제2‧제3의 ‘옵티머스 사태’가 없어야 한다는 법원의 강력한 의지가 공판 과정에서 느껴졌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또한 허술한 금융시스템이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고 꼬집었다.
정 변호사는 “금융전문가가 아닌 이들이 1조 원 규모가 넘는 ‘폰지 사기’를 대범하게 칠 수 있었던 데는 대표적 규제산업인 금융 시장에서 사모펀드 규제는 상당히 부실했다”고 평가했다. 폰지 사기(Ponzi scheme)란 실제로는 이윤을 거의 창출하지 않으면서도 단지 수익을 기대하는 신규 투자자를 모은 뒤, 그들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행되는 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을 뜻한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