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행안부 장관설도 흘러나와
이태원 사건 무관 ‘잠룡’ 원희룡 당권주자 급부상
나경원·안철수·유승민 ‘정부 책임론’ 부각...몸집 키우기
‘이태원 참사’ 당시 112 녹취록이 공개되자 여권의 당권 구도가 달라지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설에 이어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농담 섞인 발언을 해 뭇매를 맞은 한덕수 총리 책임론까지 흘러나오면서다. ‘정부 책임론’에 무게가 실리면서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의 행로에 변화가 생겼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4선의 김기현 의원과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인 권영세 통일부·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친윤(친윤석열)계’ 당권주자로 분류된다. 김 의원은 ‘이재명 대표 저격수’로 당내 존재감을 키우면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강조해왔다. 지난달에는 “차기 당대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2024년 총선을 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직격하며 지난 대선 윤석열 대통령에게 맞섰던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에 견제구를 던졌다.
두 장관의 차출설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인 박정하 의원은 지난달 25일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 인터뷰에서 “개각 요인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권영세 (통일부) 장관, 국토부를 맡고 있는 원희룡 장관은 참전할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두 장관 모두 정치인 출신인 만큼 당권 도전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뒤 당내에서는 묘한 변화기류가 감지된다.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 향방에 따라 후보군이 정리되는 것이다. 당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으며 윤 대통령의 입당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권 장관의 출마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권 장관의 지역구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사고였던 만큼 이번 사태의 책임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행안부 장관의 해임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차기 행안부 장관으로 김기현 의원이 내정됐다는 설도 흘러나왔다. 김 의원 핵심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장관설’을 정면 반박했다.
‘잠룡’인 원희룡 장관은 당권 주자로 급부상한 모습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원희룡 장관은 김기현 의원이나 권영세 장관보다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도 있고, 내년 5월에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충분히 (당권 도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차기 당대표가 ‘총선 공천권’을 쥐는 만큼 총선 승리를 이끌어 차기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나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은 이번 사태를 두고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체급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 지휘 주무장관인 이 장관에 대해서는 책임 추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 의원은 경찰청장과 행안부 장관의 사퇴를 압박했다. 그는 2일 페이스북에 112 신고 녹취록을 들며 “윤희근 경찰청장을 즉시 경질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 충격적인 사실은 ‘정책 참고자료’로 위장된 정치 문건을 만든 사실”이라며 “즉시 경질하지 않으면 공직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자신들이 맡은 본연의 임무보다 정치적 대응을 먼저 생각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 전 의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한 총리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대한민국 국무총리라는 사람이 이태원 참사 외신기자회견에서 웃고 농담을 했다”며 “저런 사람이 총리라니...이 나라가 똑바로 갈 수 있겠냐”며 한탄했다. 이어 “대통령은 정부를 재구성하겠다는 각오로 엄정하게 이번 참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사실상 전면 개각을 요구했다.
나 부위원장도 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상민 장관께서 너무 법적인 판단, 법적인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매우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 장관의 거취에 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사고수습과 원인규명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