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지주 회장, 지난달에 1억여원 매입…“실적 자신감”
최석종 다올투자증권 부회장, 5차례 걸쳐 2만7410주 사들여
3일 이투데이가 9·10월 두 달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금융지주, 증권사 등 8곳의 ‘임원·주요주주 특정증권등 소유상황 보고서’ 공시를 분석한 결과 21명이 장내 자사주를 매수했고, 그 규모는 총 9억523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대형사 6곳의 취득 규모(약 8억1400만 원)가 대부분이었다.
주요사 위주로 살펴보면 지난달 28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신한지주 주식 3115주를 주당 3만5200원에 매입했다. 매입 규모만 1억965만 원에 달한다. 조 회장은 올해 2월에도 1200주의 주식을 사들인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연간 실적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이 (자사주 매입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4조3154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경쟁사인 KB금융지주를 앞섰다.
일각에선 조 회장이 압도적인 실적과 함께 자사주 매입 카드로 3연임의 포석을 쌓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조 회장은 2017년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두 차례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그쳤는데, 올해 들어서만 두 번의 자사주 매입을 포함해 적극적인 주주 환원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증권사 중에서는 최석종 다올투자증권 부회장이 지난달 13일부터 28일까지 5차례에 걸쳐 총 2만7410주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주당 취득 단가는 평균 3284원으로, 약 9108만 원어치 주식을 매입했다. 연이은 악재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가운데 자사주 매입을 통한 ‘책임 경영’ 의지가 읽힌다.
하반기 이후로 기간을 넓히면 원종석 신영증권 대표이사가 꾸준히 자사주를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원 대표는 8~9월에만 1만3660주(약 7억4526만 원)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일반적으로 회사 경영진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건 호재로 인식된다. 주주 가치 차원에서도 긍정적일 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영진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건 그 자체로 주가 상승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카카오페이 임원진들이 상장 한 달여 뒤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한 뒤 주가가 주저앉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경영진마저 자기 회사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에 믿고 투자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업의 자사주 매입·소각과 달리 경영진들의 자사주 매입은 개인적 거래인 만큼 이면의 ‘진짜’ 의도를 알긴 어렵다. 오너 일가의 경우 개인 지분 확대를 통해 경영권 방어 내지는 승계에 활용할 수도 있다.
한편 자사주 매입을 복지로 활용하는 곳도 있다. 메리츠증권은 최희문 부회장 취임 이듬해인 2011년부터 ‘주식저축장려제도’를 시행해 임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고 있다. 월급 일부로 자사주를 매입하면 3분의 1을 지원하는 것이다. 임직원들에게는 애사심을, 회사 입장에선 주가 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