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공장에서 고운 모래알 같은 미세 캡슐이 쉼 없이 쏟아져 나온다. 친환경으로 불을 끌 수 있는 3M사의 NOVEC(노벡) 1230 소화약제가 들어있는 캡슐이다. 화재가 발생해 주변 온도가 10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캡슐이 터지며 소화 약제가 나와 불을 끈다.
세계최초 미세캡슐 소화기인 ‘이지스’를 제조하는 지에프아이 윤성필 마케팅 대표를 이노비즈협회의 ‘이노비즈 PR-day’를 통해 만났다.
2014년 설립된 지에프아이는 불을 끄는 약제가 담긴 미세 캡슐을 이용해 패드‧테이프‧필름 등의 형태를 가진 소화기를 만든다. 가로 100mm에 세로 200mm인 패드로 48초 만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 90초 이내에 불을 끌 수 있어야 하는 정부 기준의 절반도 안 되는 빠른 시간에 진화가 되는 것이다. 윤성필 대표는 자신 있게 제품을 실제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에프아이의 기술력으로 만든 이지스 제품은 대기업에도 납품되고 있다. 대기업과의 계약은 매출 증가로도 이어져 지난해 기준 20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내년에는 300억 원대의 매출을 얻는 것이 목표다.
윤성필 대표는 “대기업에 납품해서 발생하는 매출을 제외하고 최근 출시한 멀티탭 만으로 50억 원의 매출을 얻는 것이 또 다른 소망”이라고도 했다.
새로 나온 멀티탭에는 소화 캡슐 테이프가 내장돼있다. 멀티탭 내부에서 스파크가 발생해 불이 나면 캡슐이 터지며 소화 약제가 나와 초기에 진압할 수 있다.
윤성필 대표는 “별도로 물품을 설치하거나 전원이 있는 게 아니고 온도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터지는 과학적 성질을 이용한 것”이라며 “오작동 가능성은 제로(0)”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에프아이의 멀티탭이 대형 화재로 번지는 것을 막은 실제 사례도 있다. 지난해 겨울 멀티탭을 사용한 시장 상인이 전기가 갑자기 차단돼 확인해보니 잘못 사용하고 있던 멀티탭에서 불이 났고, 이지스 제품으로 불이 이미 꺼진 상태였다고 한다.
윤 대표는 전국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며 소상공인에게 멀티탭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안양 남부시장과 금천 현대시장에 각각 200개, 100개의 멀티탭을 기부하기도 했다. 전통시장은 화재에 취약한 상황인데 소방 설비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데 안타까움을 느껴서다.
그는 “시장 상인들은 건물이 자신의 것도 아니어서 화재 예방을 위해 추가 비용을 들일 필요성을 잘 못 느낀다”며 “안타까운 마음에 기부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화재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면 막을 수 있는 조치라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윤성필 대표는 “기업이기 때문에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며 “전통시장 화재를 지금보다 10% 낮추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