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기준금리 인상하면 은행권 조달비용 부담 ↑
은행권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커졌다.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의 감소세가 계속되는 데다 시중 유동성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 물량까지 축소된 탓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 등 5대 은행의 10월 말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전월 대비 28조9646억 원 감소한 641조80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의 수익성과 직결된 요구불예금 잔액은 7월 말부터 감소세였다. 7월에 전달 대비 37조 원의 자금이 요구불예금에서 이탈했다. 8월 말 675조1123억 원, 9월 말 670조7737억 원으로 이달까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요구불예금 잔액과는 달리 증가세다. 10월 말 기준 808조2276억 원으로 한 달 새 47조 원 넘게 늘었다.
이는 기준금리가 1년 2개월 만에 2.5%포인트(p) 급등하면서 시중은행에서도 연 5%가 넘는 예금이 나온 영향이다. 시중자금이 저원가성 예금에서 금리가 높은 정기 예·적금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 같은 자금의 이동은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 증가를 뜻한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연 0.1% 수준인 저원가성 예금인데, 이는 은행이 적은 비용을 들여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한다. 반대로 정기예ㆍ적금은 금리가 높아 잔액이 늘어나면 은행의 조달 비용이 증가한다.
여기에 은행채 발행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 부담이 더해졌다. 저원가성 예금 이탈로 자금이 부족해진 은행들은 통상 수신금리를 인상하고 은행채 발행을 늘려 자금을 조달하는데, 최근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자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발행액은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3조4300억 원으로, 전주(6조7500억 원)보다 줄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은행채 발행액은 4조4600억 원으로 전주보다 증가했지만, 순발행액은 마이너스(-) 1200억 원이었다. 금융당국의 요청과 규제 유연화의 영향으로 발행 둔화세는 계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8일 은행채 관련 일괄신고서 규제를 유연화해 은행채 발행물량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달 3일에는 '은행권 금융시장 실무점검 태스크 포스(TF)'를 구성해 매주 채권시장에서의 자금흐름을 점검하기로 했다.
은행의 조달 비용 부담은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이달 24일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유력해짐에 따라 은행 수신금리 인상에 이은 저원가성 예금 이탈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코로나19 지원이나 정부의 유동성 공급 지원의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유지되는 가운데 추가 유동성 공급 지원 등에 따라 신용리스크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연내 유동성 공급 95조 원은 결코 적지 않은 수준으로 정기예금 등으로 조달을 늘리는 과정에서 조달 비용이 상당 폭 상승할 것"이라고 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는 오르는데 (가계)대출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 균형이 맞지 않아 비용 부담이 커진 상태"라며 "기준금리의 급격한 상승이 (조달 비용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은행들이 서울시 자치구 금고 유치 경쟁을 벌였던 것도 자금 확보를 위한 노력이었다"고 했다. 구 금고를 유치하면 저원가성 예금을 대규모로 조달할 수 있어 은행 순이자마진(NIM)을 높일 수 있다.
그는 이어 "지금 상황에서 정부, 지자체 금고를 많이 유치하려 노력하는 것 이외에 (자금 조달)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