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 현상에 올 3분기 벤처투자 규모 1조2000억원…전년대비 8388억원 감소
업계, 내년 2분기까지 현 분위기 유지…정부,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 발표
국내 벤처캐피털(VC) 관계자 절반은 내년 벤처투자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모태펀드 규모를 줄이면서 민간 주도로 전환하는 기조는 생존 이슈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해 있다.
한국벤처투자가 최근 발간한 ‘2022년 VC트렌드리포트’에 따르면 VC 업계 종사자들의 47.8%는 내년 벤처투자 시장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대부분의 응답자가 ‘약간 부정적’(42.5%)으로 본다는 의견을 보였고, ‘매우 부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자는 5.3%였다. 투자 규모 역시 ‘축소’에 무게가 실렸다. ‘약간 축소’가 42%, ‘매우 축소’가 5.6%였다.
벤처투자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요인으로는 △경기침체에 따른 펀딩 및 투자축소 △펀드 투자자 모집 어려워짐 △회수시장 악화 △정책자금 및 투자재원 규모 감소 등이 지목됐다.
실제 최근 고환율ㆍ고물가ㆍ고금리 지속 등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벤처투자 심리는 급격히 움츠러들고 있다. 올해 3분기(1조2000억 원) 벤처투자 규모는 경기둔화 전망에 따른 투자집행 연기로 작년 3분기 대비 8388억 원 감소했다. 중소형 VC들은 펀드결성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증시 하락으로 유망 기업들의 상장(IPO)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벤처투자→회수→재투자의 선순환 고리는 약화되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과 더불어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초대형 기관들도 보수적인 스탠스로 돌아서 대규모 출자를 축소하고 있다”며 “내년에 적어도 2분기까지는 같은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꾸준히 투자를 이어오는 회사들 사이에서 중급 위주의 펀딩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다만 몇백억 원 투자를 받는 유니콘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침체된 투자시장을 활성화 하기 위해 지난 4일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정책금융 출자 없이 민간 출자금으로 펀드를 조성하는 민간 벤처모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활성화 하기 위해 법인 출자자에게 최대 8% 세액공제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민간 모펀드의 자율성을 강화해 60%는 벤처펀드에 출자하고,나머지 40%는 상장사 및 해외 투자 등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현재 5조 원 수준인 글로벌펀드 규모를 내년 말까지 8조 원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간 미국 중심으로 이어진 자본 유치를 중동과 유럽으로 다변화 한다는 구상이 포함됐다. 이는 스타트업 해외 진출의 발판이 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다만 이같은 정책 정부이 모태펀드 축소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보고서를 보면 업계 관계자들은 갑작스러운 모태펀드 규모 축소가 업계 혼란과 중소 VC들의 생존 이슈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모태펀드 축소방향은 동의하지만 지금처럼 시장 상황이 어려울 때의 축소는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킨다”며 “투자 경색 시기에 건강한 중소형 VC들이 버틸수 있도록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내년 모태펀드 출자예산으로 3135억원을 편성했다. 올해(5200억 원)보다 39.8% 줄어든 규모다.
중기부의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 좌담회에 참석했던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모태펀드 규모가 큰 폭 감소한 것을 두고 벤처투자 생태계에 새로 들어오는 LP(출자자)들은 부정적인 신호로 예측할 수 있다”며 “정부가 시장에 신호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창업자 복수의결권과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등에 대한 법 개정이 1년 가까이 진행되지 않고 있어 이런 부분도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