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처음 만난 남성으로부터 무차별 폭행당했다는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여성 측은 “술을 그만 마시자는 말을 무시하고 더 마신 남성이 더치페이(각자 내기)를 요구해 거절했다가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엄청 맞았어요. 결정사(결혼정보회사) 데이트폭력’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 따르면 작성자 A 씨는 유명 결혼정보회사 소개로 남성 B 씨와 서울 강남역 인근 이자카야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A 씨는 함께 술을 마신 뒤 B 씨가 계산을 했는데, 나가는 출구 계단에서 그가 비용의 절반을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A 씨가 이를 거부하자, B 씨는 갑자기 일방적 폭행을 가했다.
A 씨는 “남자가 뺨을 때리고 머리를 계단에 박고 미친 듯이 때렸다”며 “지금 병원 응급실에 왔고 경찰에는 신고한 상태다. 이 남자를 처벌할 수 있냐”고 조언을 구했다.
A 씨는 글과 함께 폭행 증거라며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혹처럼 부푼 여성의 이마가 담겼다. 대부분 누리꾼은 “믿기지 않는다”고 경악하며 해당 업체명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그러니까 왜 더치페이를 안 하냐”며 폭행의 원인을 A 씨로 돌리기도 했다. 자신을 향한 비난이 이어지자 A 씨는 글을 삭제했다.
이후 피해자의 동생이라고 밝힌 C 씨는 6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올려 억측과 악성 댓글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C 씨는 “술을 마셨는데, 남자가 많이 취해서 언니는 그만 마시자며 한 병 남은 술을 취소하자고 했다. 남자는 언니 말을 무시하고 한 병을 더 깠다고 한다”며 “남자가 계산했는데 5만~6만 원 나왔다. 나가려고 계단을 올라오는데 남자가 ‘술값 반반해야지’라고 했고, 언니는 ‘이런 상황에서 반값을 내라고 하니 좀 그렇다’고 말하고 올라가려는데 남자가 갑자기 돌려세워서 양쪽 뺨을 때렸다”고 전했다.
이어 “언니가 무서워서 올라가는데 머리채를 잡고 계단으로 끌어내려서 머리를 박게 하고 무차별 폭행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C 씨는 폭행 장면이 술집 CCTV에 담겨 있다고도 했다.
이날 폭행으로 B 씨는 이마에 가로·세로 4㎝, 높이 1㎝ 혹이 생겼다. 양쪽 볼에는 멍이 들고 허리 통증으로 보행에도 불편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행 다음 날, B 씨는 A 씨에게 카카오톡으로 “어제 죄송하다. 실수한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며 “A 씨 좋았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결정사에는 제발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C 씨는 “언니는 지금 많이 다치고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서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며 “이 폭행 사건으로 인해 우리 가족 모두가 너무나도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고, 다들 너무 마음에 상처가 크다. 알고 보니 남성은 격투 운동 프로 자격증이 있던 사람이고, 우리 언니랑 키도 거의 20cm 차이 나더라. 이런 사람한테 맞았는데 그나마 죽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들에게 더 이상 억지 추측과 악플은 제발 삼가해 줬으면 좋겠다.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데이트 폭력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관련 법률이 규정돼 있지 않아 처벌은 물론 예방도 쉽지 않은 상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받은 경찰 자료에 따르면 2018~2020년 1만 8000~1만 9000건이었던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2021년 5만 7000여 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7월까지 4만 건이 넘는 데이트폭력 신고 건이 접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