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사태가 우량채권에 자금을 쏠리게 하는 경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흥국생명 사태 관련해 “기관사이의 신용 격차가 커지고, 채권시장 회복을 더디게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아시아 IG 시장에서 한국의 AA등급 기업과 AA·A 등급 상위 금융사의 채권이 매력적”이라고 언급했다.
한국 채권시장에 대해서는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사태를 언급하며 시장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9월 하순 예상치 못한 국내 채권 채무 불이행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한국 자본시장 유동성 압박이 고조됐고, 기업 어음과 신용 스프레드가 급격히 증가하는 등 한국의 신용에 대한 우려가 두드러졌다”며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심리는 더욱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신용이 강했던 기관이 불균형적으로 유리해지고, 더 많은 신용 차별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거시 배경 불확실성과 한국의 가계 및 부동산 부문 금리 상승 우려가 지속하는 것으로 보아 반등에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채권의 높은 수익률과 IG 신용등급을 고려하면 채권이 과잉매도 당했음을 시사한다. 최근 채권 가격 하락은 전술적인 투자 기회”라면서도 “우리는 단기 AA·A 등급 기업과 IG 내에서도 상위 금융사 채권에 대한 선호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권투자등급 BBB- 이상부터 IG로 분류된다고 볼 때, IG 내에서도 신용리스크가 매우 높은 수준의 채권 위주로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우량채권이 그나마 나온 시중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흥국생명 사태가 우량채권 위주의 자금 수급 경향성을 가중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투자등급 채권(IG)과 하이일드 채권(HY) 간을 넘어 IG 내에서도 신용 등급에 따라 자금 수급 격차가 심화할 수 있는 셈이다.
7일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예정대로 행사하기로 하면서 채권시장은 한숨 돌리는 듯하지만, 한국 채권 시장 투자심리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흥국생명 이슈는) 국내 자금 시장의 경계감이 다시 한번 높아질 수 있는 이슈였다고 보고 있다”며 “단기 자금 시장 경색 심화 추세에서 정책당국이 국내 금융기관들에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달라고 권고했었는데,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로 인해 이 부분이 조금 닫혔다”고 분석했다.
이어 “흥국생명이 콜옵션 미행사를 번복하면서 타 보험사들이나 시중은행의 신종자본증권 가격들은 다시 반등하는 것으로 보아 신용 우려가 크지는 않겠다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면서도 “신종자본증권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채도 발행하게 되는데 한국물 전체에 대한 경계가 높아진 부분이 있어서 신용등급별 차별화가 매우 심화하는 양상이 우려된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다행히 8일 신한은행 캥거루 펀드는 초과 모집을 하면서 상위 우량 등급에 대해서는 걱정하고 우려할만한 부분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한국물에 대한 의심이 시작된 상황이기 때문에 3·4분기 실적을 (해외에서) 눈여겨볼 것 같다”며 “해외 자본시장에서 어느 정도 발권력 있는 기업들이 중심으로 계속해서 채권 발행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