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부채 한도 상향 문제 최우선 과제
한도 상향과 재정 삭감 놓고 딜 가능성
바이든표 경기부양책·증세도 난관
공화당 장악이 친시장 정책 유도 기대도
이런 가운데 이번 선거 결과로 미국의 재정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됐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정부와 의회가 분열됐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연방정부 부채 한도 상향 여부다. 지난해 12월 마지막으로 상향된 한도는 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중지)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하기 위해선 내년 어느 시점에 다시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 하지만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한도를 높이는 대가로 민주당이 추진하던 재정지출 삭감을 모색하고, 민주당이 반발하게 되면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에버코어ISI의 토빈 마커스 수석 정책전략가는 “시장이 평소와 달리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도 약해진 상황이어서 부채 한도 다툼으로 벌어질 내년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정부의 경기부양책 추진도 난관에 봉착했다. 그간 민주당은 유급 의료 휴가를 비롯해 노인·육아 돌봄 지원 등 사회보장과 메디케어(노년층 의료혜택)에 대한 재정 확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지나친 재정 지출을 지적하며 맞서고 있다.
최근 릭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은 5년마다 연방 지출 프로그램을 놓고 투표를 통해 갱신할 것을 의회에 제안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제안이 실현될 경우 사회보장과 메디케어가 예산 삭감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치솟은 유가에 힘입어 대규모 이익을 거머쥔 석유 기업들에 이른바 횡재세를 부과하려는 것도 공화당에 의해 저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공화당이 선호하는 대규모 세금 감면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나 민주당의 지지 없이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관해서도 향후 양당의 충돌이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연준은 의회나 행정부로부터 독립돼 있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최근 연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례로 지난주 팻 투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국채 매입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투미 의원은 긴축 도중에 시장 변동성을 잡기 위해 국채를 매입했던 영국을 예로 들면서 “연준이 국채 매입으로의 복귀를 결정한다면 이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겠다는 목표를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정부와 의회 분열이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시장은 공화당의 의회 장악을 선호하고 있다. 정부 지출 확대와 규제 강화 등 시장이 싫어하는 정책이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번 주 들어 공화당이 우세할 것이라는 여론조사에 뉴욕증시가 이틀 연속 강세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저명한 경제학자인 로버트 배로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자유 가치 수호 측면에서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로 교수는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여의도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2022 서울 프리덤 포럼’에 화상으로 참여해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적 성공이 미국에서 자유시장에 대한 철학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 했다”며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제철학이 더 큰 정부지출과 규제, 포퓰리즘으로 바뀌고 있어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로 교수는 경기 침체를 초래하는 금리인상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현재 미국 연준이 과잉대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속적인 통화 긴축이 더 깊은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며 “한국을 포함한 다른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