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테슬라뿐만 아니라 테슬라의 주가 흐름을 따르는 이른바 ‘단일 종목 ETF(상장지수펀드)’를 담고 있다. 국내에는 이달 중 삼성전자, 테슬라 등을 담은 단일 종목 ETF가 출시된다.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지난달부터 전날까지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X(TSLL)’ ETF를 2319만 달러(약 319억 원) 넘게 순매수했다. 개별 주식과 ETF를 포함한 전체 종목 중 순매수 상위 7위다. 해당 ETF는 테슬라 주가의 하루 등락률을 1.5배로 추종하는 ETF로, 지난 8월 9일 인버스 상품(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베어 1X)과 함께 상장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X ETF에는 상장 이후 9월 15일까지 약 5040만 달러가 순유입됐다. 지난달부터 테슬라 주가가 33% 넘게 빠지며 ‘이백슬라’ 밑으로 내려온 점을 고려하면 이후에도 저가 매수를 노린 투자자금이 몰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미국에서는 지난 7월 AXS가 단일 종목 ETF 8종을 처음 선보인 뒤 테슬라를 비롯해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개별 종목 주가를 추종하는 ETF가 쏟아지고 있다. 연초 이후 가파른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변동성 장세가 길어지자 개별 종목 단위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이달 중 단일 종목 ETF를 잇따라 출시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각각 테슬라와 삼성전자를, 한화자산운용은 애플을 단일 종목으로 삼은 혼합형 ETF를 선보일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7월 단일 종목 ETF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종목만을 편입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다 보니 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캐롤라인 크렌쇼 CES 커미셔너는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손실의 가능성이 있어 일반적으로 오랜 기간 강세인 지수나 채권 등 안전자산을 포함한다”며 “단일 종목 ETF는 어떤 것도 포함하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거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에 출시되는 단일 종목 ETF는 미국과 상품 구조가 다르다. 기존 혼합형 ETF는 자산별로 최소 10종목을 채워야 했지만 규정이 바뀌면서 자산 구분 없이 10종목을 담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레버리지나 인버스는 불가능하다.
배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단일 종목 ETF는 변동성 장세에서 투자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며 “단기 매매를 통한 차익을 노리거나 특정 회사의 잠재적 이벤트 또는 시장의 움직임을 전략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는 더 큰 수익을 추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본부장보는 지난달 ‘ETP 콘퍼런스’에서 “채권 9종목으로 기본수익률을 확보한 뒤 유망 종목 주식을 편입하면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품 구조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별 종목과 채권 ETF를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ETF 자체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