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활성화 민감한 문제라 의원입법 통해 국회서 공론화 기대
尹 직속 통합위, 내년 초 논의…법무부, 준비조직 만들어 작업 착수
통합위, 법무부 마련할 안 외에 이자스민 '이민사회기본법안' 주목
5년마다 이민정책 기본계획 세워 대통령 직속 위원회서 심의·확정
총선 앞둔 지지율 저조에 조심스러워…도어스테핑처럼 손해 감수 추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주도해 추진하는 이민청 신설이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와 법무부에서 안을 마련하되 이민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인 만큼 의원입법을 통해 국회에 공론화를 맡긴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이민청은 정부조직개편 문제인데 이번 조직개편안에 빠졌지 않나. 이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논의토록 하려는 것”이라며 “이민이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라 이민청 명칭도 조심스러워서 공론화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의원입법으로 국회에서 논의되도록 하자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이민청이라는 명칭을 '출입국이주관리청'으로 바꾸고 추진 계획은 연내 설립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타임테이블을 미뤘다. 한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이민청에 대해 “내년 초 현실화되고 집중적으로 예산이 필요할 때 맞춰 반영할 것”이라며 “속도전의 문제가 아니라 정답을 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한 장관의 발언처럼 추진 의지가 약해진 게 아니라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이 핵심관계자는 “저임금·미숙련 노동자와 고급인력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얼마나 수용할 것인가, 또 비자 거주기간은 얼마나 늘리고 우리 사회 문화와 소득·생활 수준에 적응돼 계속 거주하길 원하는 인원이 많아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쉽지 않은 문제”라며 “정부입법으로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닌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와 법무부가 본격적인 이민청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통합위는 내년 초에 다문화가족과 탈북민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출범할 계획이고, 법무부는 지난 7일 이민청 설립 준비기구인 '출입국·이민관리체계 개선추진단'을 설치하는 훈령을 신설하고 여론 수렴과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
한 통합위원은 통화에서 “그간 인력이 필요할 때만 임시방편 이민정책만 펴왔는데, 이제는 어떤 사람들을 얼마나 받을지 방향을 정해야 한다. 또 다문화·이민 정책이 여러 정부부처에 퍼져 있는 것도 모아야 한다”며 “이민청과 같은 독립기관이 필요한 이유다. 통합위에서 다문화 정책을 다루게 되면 독립기관 신설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통합위가 내년 초에 논의를 개시하면 법무부가 마련한 이민청 설립안을 두고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위는 정부부처 장관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구조라서다. 법무부는 준비조직을 이제 구성한 터라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나오지 않았지만, 통합위는 지난 2016년 이주민 출신인 이자스민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당시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이민사회기본법을 주목하고 있다. 이 법안의 골자는 정부가 이민사회정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토록 하고, 대통령 직속 이민사회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토록 하는 내용이다.
이 통합위원은 “이 법안이 발의될 당시에는 이민청 같은 독립기관을 만드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아 위원회 형태로 했던 것인데 사실 외국은 이민을 담당하는 독립기관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민을 늘린다고 하면 통제하는 기관인 법무부가 주도하기보단 독립기관을 만들어 이민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이처럼 법무부와 국민통합위, 국회 논의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 이유는 윤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 때문으로 보인다. 총선을 1년여 앞둔 가운데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 전후를 오가는 상황이라 이민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쉽게 건들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노무현 전 대통령 외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표심 탓에 시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만큼, 대통령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과 같이 손해를 감수하고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