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유효기간 삭제 및 품목확대…“유래 없는 강력한 파업”
시멘트업계 “화주에만 일방적 압박…안전운임제 예정대로 중단해야”
지난 6월, 8일간의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1061억 원의 매출 손실을 본 시멘트업계가 오는 24일에 예고된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로 또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업계는 4분기 성수기에 레미콘공장과 전국 건설현장에 공급하는 시멘트 운송이 중단될 것이라며,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16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시멘트를 운송하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은 총 3000여 대로 추산되며, 이 중 3분의 1인 1000대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에 가입한 운송 차주다. 이들은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안전운임제 연장과 품목 확대 등의 이유로 24일 0시부터 무기한 운송거부를 예고했다.
안전운임제란 과로와 과적을 막기 위해 화물차주가 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해 적정 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현재 BCT 차량과 수출입 컨테이너 등 2품목만 대상이다. 화물연대가 지난 6월에 이어 총파업 재계를 결정한 것은 정부와 여당이 안전운임제 일몰연장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화물연대는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안전운임제 유효기간을 내달 31일까지로 명시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부칙(일몰)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 차량으로 제한된 안전운임제 적용 차종ㆍ품목을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ㆍ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으로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화물연대의 요구는 거창하지 않다. 화물노동자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이번 파업은 유래 없이 강력한 총파업으로 일시에 모든 산업을 멈추겠다”며 각오를 전했다.
시멘트는 BCT 차량과 철도, 선박 등으로 운반되고 있다. 이 중 BCT 차량은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막힐 전망이고, 철도도 전국철도노조가 23일부터 동조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현실화된다면 수요처인 레미콘공장과 전국 건설현장에 공급하는 시멘트 운송이 사실상 완전히 중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지난 6월 총파업보다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4분기는 평상시보다 시멘트가 20% 이상 더 판매되는 성수기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으로 매출 손실만 1061억 원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더 큰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그간 화물연대 소속 BCT 차주들은 비화물연대 운송차주의 운행을 방해하거나 시멘트 공장 정ㆍ후문을 가로막는 영업방해로 시멘트 운송을 전면 마비시킨 바 있다.
BCT 차주에게 운임을 지급하는 시멘트업계는 안전운임제를 종료를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업계는 안전운임에 따라 지난 3년간 1200억 원대의 물류 부담이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육상물류비가 약 40% 인상됐음에도 화물연대 파업과 BCT 차량 부족 현상으로 화주(시멘트업계)는 일방적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또 안전운임제 시행 후 차주의 월평균 운행일수 및 1회 수송량이 감소했지만 BCT 차량은 늘지 않아 적기에 시멘트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업계는 토로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안전운임제의 부대조항 적용에 따라 대기료, 공휴일 할증 등이 발생하면 시멘트사가 각종 할증을 부담하는 사례 발생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화물연대는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안전운임을 지급하는 시멘트업계를 볼모로 파업에 돌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운임제는 다수 문제점을 갖고 있으므로 애초 취지대로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운용 후 종료해야 한다”며 “정부 압박의 수단으로 큰 피해가 예상되므로 이번 파업이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원만한 합의’ 이외에는 특별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화물연대 총파업 등 자재난이 장기화할 경우 건설현장 공사 기간이 지연될 수 있다”며 “한시적으로 적용되던 안전운임제가 종료되면서 발생한 상황인 만큼 적절히 합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