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큰손’ 미국 자산운용사들이 애플과 테슬라 등 서학개미(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선호하는 종목을 많이 보유하거나 매수하고 있다.
16일 주식 보유현황 보고서(13F Filing) 분석기관 웨일위즈덤의 주식 현황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미국 뱅가드와 블랙록은 올해 3분기 포트폴리오에서 애플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두 운용사의 포트폴리오에서 각각 5.17%, 4.66%의 비중을 차지했다.
앞서 이들 운용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3분기 13F Filing를 14일(현지시각) 제출했다. 13F Filing은 미국 주식을 1억 달러 이상 보유한 기관 투자자가 매 분기 말 SEC에 필수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를 말한다.
두 운용사 포트폴리오의 보유 비중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다. 각각 4.34%, 3.99%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아마존은 2.33%, 2.17% 비중을 차지하며 그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종목은 테슬라다. 뱅가드와 블랙록 모두 3분기 가장 많이 구매한 종목이어서다. 아크인베스트먼트의 3분기 포트폴리오에서는 테슬라가 가장 높은 보유 비중(7.54%)을 자랑하는 종목이기도 했다. 아크인베스트먼트는 국내 투자자에게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의 자산운용사다.
이처럼 ‘큰손’들이 적극 매수‧보유한 종목들은 서학개미가 다량 순매수한 종목과 닮아있단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자산운용사와 서학개미 모두 대형 성장주를 위주로 투자하고 있어서다. 실제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 순매수세 상위 10종목에는 애플(3위)과 마이크로소프트(7위), 아마존(5위), 테슬라(1위)가 모두 포함됐다.
그렇다면 해외 주식투자자들은 미국 큰손들의 매수세를 믿고 따라가도 될까.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형 성장주들이 단기적으로 조금 더 상향할 것으로 본다”며 “최근 지표를 살펴봐도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가 보인다”고 했다.
이어 “과거 경기가 위축됐던 구간의 흐름을 봐도 지금처럼 상대적으로 선방했던 흐름이 있어서 지금도 성장주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투자자 관점에서 큰손들의 개별 주식 평균매입가격이 매우 낮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애플의 평균 매입가의 경우 뱅가드는 15달러, 블랙록은 32달러대다. 현재 종가 기준 애플 주가가 150달러를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점에 매수한 것을 알 수 있다.
또 13F Filing은 분기 마지막 날로부터 45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규정돼 있어 통상 45일째 제출하는 기관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이에 제출일 기준으로는 포트폴리오가 이미 변했을 수 있어 투자 참고 시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