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式 균형외교…미국 물심양면·중국 뜨뜻미지근

입력 2022-11-1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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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 사진은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만난 모습. 아래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미중 사이 균형외교 방향이 이번 다자회의에서 드러났다. 미국은 물심양면 돕는 가운데 중국과는 척을 지지 않는 선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IPEF·칩4에 더해 도서국 협력과 PGII 동참에 한미일 경제안보대화까지

정부는 그간 미국 주도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왔다. 출범 초기에 이뤄진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주도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칩4(한미일·대만 반도체 공급망 동맹) 참여를 공식화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에선 최초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미일회담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11~15일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미국과의 협력을 넓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는 한미 양자회담과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어 동맹을 공고히 했다. 한미회담에선 미국의 ‘태평양 도서국 협력 구상’에 공식 참여키로 했고, 한미일회담에선 3국 경제안보대화 신설이 담긴 공동성명을 냈다.

G20 정상회의에선 미국을 위시한 G7이 출범시킨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PGII) 정상회의에 초청돼 윤 대통령은 “한국의 민간 기업과 정책 금융기관 등이 최고의 협력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적극 동참 의지를 밝혔다.

中 견제 성격 IPEF·칩4·PGII 모두 참여…시진핑 "경제협력 정치화 반대"

한미, 한미일 정상회담의 경우 우리나라가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인 만큼 중국 입장에서도 이해할 여지가 크지만 주목이 쏠리는 건 IPEF와 칩4, PGII 등이다. 모두 ‘차이나 머니’를 막아섬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이 짙어서다.

IPEF와 칩4는 중국 주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응해 추진되는 것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우방국 위주로 재편하려는 목적이 크다. 우리 정부가 RCEP 회원국인 동시에 IPEF에도 참여키로 하면서 중국 측에선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회담에서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과 안정, 원활한 흐름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며 “경제 협력을 정치화하고 범(凡) 안보화 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고 발언한 배경이다.

PGII는 중국의 유럽까지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경제영토 확장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대항하는 성격이 짙다. G7은 지난 6월 일대일로에 따라 유입되는 차이나머니를 줄이고자 개발도상국가 인프라 사업에 향후 5년 간 5000억 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미국은 이 중 2000억 달러를 민관 합동으로 지원한다.

中 심기도 고려…PGII 불참하고 한중회담·대만 건든 펠로시 의장 외면

이처럼 윤석열 정부 외교가 뚜렷하게 미국에 기우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성의도 보이고 있다.

이번 G20 정상회의의 경우 애초 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예정이던 PGII 회의에 불참하고 한중회담에 나섰다. PGII 기조연설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독했다. PGII 첫 참석을 포기하고 시 주석을 만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윤 대통령이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도 중국 입장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많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3일 방한한 펠로시 의장을 휴가 중이라는 이유로 만나지 않고 전화회담만 벌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외교가에선 펠로시 의장이 방한 전 대만을 방문해 중국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던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적절한 대응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7월 2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균형외교에 국가안보실은 16일 ‘미국일변도’ 비판을 적극 반박키도 했다. 국가안보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일변도라는 말에 동의하기 힘들다. 한국 외교·안보 중심축은 한미동맹이었기에 현 정부 들어 갑자기 미국일변도 외교라 보긴 힘들다”며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중국 등 국가들과 관계를 도모해가는 외교로, 한미일이 어떤 3국이 가할 수 있는 경제적 강압조치에 함께 대응하는 상징적 조치가 경제안보대화이지 중국을 겨누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고위관계자는 그러면서 “중국과는 양자 현안을 넘어 기후변화, 공급망, 글로벌 이슈에 대해 논의할 장들이 많이 마련돼 있다. 아세안, RCEP, G20도 중국과 함께 기여하는 공간”이라며 “중국과 협력해 범세계적인 공동선 확대를 위해 기여할 공간을 적극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PEF·칩4 추이와 北핵실험 따른 사드 추가 배치 가능성이 변수

윤석열 정부의 균형외교가 순항할지는 IPEF와 칩4의 실질적인 중국 견제 정도, 또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조에 따른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압박에 대한 대응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IPEF와 칩4는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진 않은 만큼 중국도 아직 관망하는 분위기인데, 시 주석이 한중회담에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압박해오기 시작했다.

사드 추가 배치의 경우 중국의 '역린'이다. 국가안보실에 따르면 이번 한중회담에서 사드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윤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건 바도 있는 사드 추가 배치 문제가 떠오를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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