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축구팬들의 축제 ‘월드컵’, 진심으로 즐기다간 거덜 난다?
축구에 진심이라 자부하는 전 세계 축구 팬 100만 명 이상이 카타르에 집결했습니다. 카타르 전체 인구가 약 280만 명이라는데, 인구의 약 3분의 1이 넘는 관광객이 몰린 꼴이죠. 작은 나라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렸네요.
인파가 몰리면서 숙박료부터 항공료, 식음료비까지 모두 훌쩍 뛰었습니다. 숙박사이트 ‘부킹닷컴’에서 2주간 숙박을 검색해보면, 도하 시내 중심에서 2km 떨어진 호텔 숙박비는 최저 1200만 원대에서 최고 4400만 원대로 어마어마합니다.
근데 이마저도 예약이 완료돼 숙박이 불가능합니다. 이에 인근 국가에 짐을 풀고 카타르 월드컵을 즐기려는 팬들도 늘어났는데요. 카타르 옆 나라인 아랍에미리트도 덩달아 카타르 월드컵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 매체에 따르면 현재 두바이와 아부다비의 호텔 객실도 동이 났답니다.
하지만 여기도 만만치 않은 금액을 자랑하죠. 아부다비 야스아일랜드 고급 호텔의 2박 숙박은 4만5000디르함(약 1660만 원)에서 9만 디르함(약 3310만 원)의 값을 지불해야 합니다. 두바이와 아부다비의 5성급, 4성급 및 3성급 호텔의 거의 모든 스탠다드룸 또한 하룻밤에 3000디르함(약 110만 원) 정도의 금액인데요. 다소 저렴한(?) 탓에 모든 예약이 완료된 상태죠.
카타르도 부족한 숙박 시설을 메꾸기 위해 도하에 ‘팬 빌리지’를 마련했는데요. 수용인원이 1만2000명에 불과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규모뿐 아니라 허술해 보이는 외관에 좁은 객실, 친절하지 못한 가격까지 논란이죠. 좁은 내부 공간에 2명이 겨우 이용할 수 있는 크기인데 1박당 약 27만 원을 내야 합니다.
이에 축구 팬들은 경기가 진행되는 한 달 내내 머물며 즐겼던 지난 월드컵과는 달리, 자국팀 토너먼트에 따라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데요. 이들이 징검다리 월드컵 일정을 짠 이유는 숙박비 때문만은 아닙니다.
‘하지 말라는 것’이 너무 많아서인데요. 야외 음주도, 노출이 있는 복장도, 공공장소에서의 애정표현도 모든 것에 ‘금지’ 딱지가 붙었습니다. 특히 ‘맥주 판매 금지’ 조항이 가장 큰 걸림돌인데요.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에서는 음주는 물론이고 주류 판매 역시 금지돼 있습니다. 당초 FIFA와 카타르 당국은 경기장 주변의 일부 구역에서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맥주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키로 했었는데요. 이 까다로운 조항마저 개막을 이틀 앞둔 18일 철회했습니다. 축구 팬이 경기장 주변에서 맥주를 구할 수도 마실 수도 없게 된 거죠.
카타르가 허가한 호텔에서만 맥주 판매가 가능한데요. 맥주를 마시기 위해 경기장을 지나 호텔에 도착하더라도 500㎖ 맥주 한 잔을 한화로 2만 원 넘게 내야 마실 수 있습니다.
병맥주 한 병이 40리얄(약 1만 5000원)에 위스키, 와인 등 다른 술은 300리얄(약 11만 원)을 가뿐하게 넘깁니다. 현지 식사금액 또한 큰 지출인데요. 카타르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려면 보통 50리얄(약 2만 원) 정도가 기본입니다.
살인적인 물가 탓에 브라질, 독일, 아르헨티나 같은 축구 강국 서포터즈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는데요. 자국 팀이 토너먼트에서 계속 올라갈수록 체류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대부분의 서포터즈들은 월드컵 일정을 즐기기 위해 적금통장을 깰 정도라고 합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사는 한 서포터즈는 월드컵 참가를 위해 지난 4년간 꼬박 돈을 모았고, 항공권·숙박권·경기 티켓 등에 1만 달러(약 1350만 원)정도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호주 서포터즈는 ‘풋볼 오스트레일리아’라는 공식 투어 패키지를 활용하기도 하는데요. 이 업체의 2주 패키지는 카타르에서 13박 시 7745호주달러(약 680만 원)로 저렴한 편입니다. 항공권은 3000호주달러(약 270만 원)에 판매하죠. 하지만 티켓 값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는 40리얄(약 1만5000원), 결승전의 경우엔 750리얄(약 28만 원)부터 시작인데요. 부대비용이 워낙 거대하다 보니 티켓은 다소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