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를 입고, 공공장소에서 맥주를 마시며, 여자 친구와 포옹을 한 뒤, 전자 담배 한 모금을 피웠다면…
당신은 감옥에 갈 수도 있다. 21세기에 이 무슨 황당한 이야기인가 하겠지만 ‘2022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에서는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으로 엄히 다스리는 금기 사항들이다. 물론 관광을 목적으로 온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 했던가. 축구 규칙보다 더 꼼꼼하게 확인해야 할 카타르 현지 법을 알아보자.
샤리아법에는 혼외정사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다. 따라서 부부가 아닌 연인(이성)이 한방을 쓰면 혼외정사로 의심받아 처벌받을 수 있다. 실제로 성(패밀리 네임)이 다른 축구 팬이 카타르 호텔을 예약했다가 취소당한 사례가 전해진다.
만약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이성과 성관계하다가 적발되면 최대 7년 형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여자친구 조지아 함께 4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법적 부부는 아니다. 따라서 둘은 한방을 쓸 수 없다. 공개석상에서 애정 표현도 금지된다.
공공장소에서는 술을 마실 수 없다. 축구 팬들이 가장 가혹하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다. 외국인은 지정된 호텔에서만 술을 마실 수 있는데, 만약 이를 어기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벌금 3000카타르리얄(약 100만 원)을 물어야 한다.
다만 월드컵 기간 중 경기장 외부에는 ‘팬 페스티벌 존’이 마련된다. 이곳에서는 음주를 할 수 있다. FIFA는 경기 시작 3시간 전~경기 종료 1시간 후까지 공식 후원사인 버드와이저의 맥주를 판매할 예정이다. 과음한 사람들을 위한 ‘술 깨는 공간’도 운영한다.
문제는 술값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카타르는 월드컵을 앞두고 3년 전 주류세를 100% 인상했다. 건강에 해로운 재화에 대해 ‘죄악세’를 물린 것이다. 이에 카타르의 맥주 한잔 가격은 18달러(약 2만 3300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경스러운 물품’을 소지해서도 안 된다. 성인용품(Sex toys)을 비롯해 포르노물, 돼지고기(가공식품 포함), 술, 종교 서적 등이 대표적이다. 만약 이런 물품을 가지고 비행기를 탄다면, 입국 심사장에서 몰수당할 수 있다. 특히 전자담배도 안된다. 만약 흡연하다가 적발되면 최대 1만 카타르리얄(약 360만 원)의 벌금을 물거나 3개월의 징역형에 처해 질 수 있다.
카타르는 사생활 보호법이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SNS에 사진을 올리는 일도 신중해야 한다. 종교, 군사, 건설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업로드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 욕설이나 무례한 몸짓을 할 경우 음란행위로 간주해 6개월 이하의 금고형이나 300카타르리얄(약 8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러한 까다로운 규율 탓에 영국은 곤경에 처한 자국민을 보호하고 중재하기 위해 15명의 외교관을 파견키로 했다.
복장도 신중해야 한다. 우선 남성은 바지 길이가 최소 무릎 아래까지 와야 한다. 만약 모스크(이슬람교 사원)를 방문할 때는 반드시 허벅지와 어깨가 가려지는 옷을 입어야 한다.
여성은 더 엄격하다. 수영장과 해변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항상 몸을 가려야 한다. 반드시 긴 바지나 긴 치마를 입어야 한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는 것도 제한된다. 레깅스는 길이와 상관없이 안 된다. 다만, 이슬람 전통 복식인 히잡이나 부르카를 착용할 필요는 없다.
한편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오는 21일 개막한다. 한국의 첫 상대는 우루과이로 오는 24일 오후 10시에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