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MF 신용잔액 역대 최다
디폴트 위험은 여전…“금리 상승·강달러에 상황 악화”
“IMF 대출시 긴축 등 경제적 융자조건 없애야”
이에 관해 국가부채 전문가인 레이나 모슬리 프린스턴대 정치외교학 교수와 이올란다 프레스닐로 유럽 개발·부채 네트워크(EURODAD·유로다드) 연구원은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IMF의 대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IMF의 신용잔액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1000억 달러(약 135조 원)를 돌파했다. 특히 올해는 지난달 31일 기준 약 1084억 달러를 기록해 IMF가 공식 집계를 시작한 1984년 이래 가장 많았다. 그만큼 IMF가 신흥국과 개도국에 막대한 돈을 퍼부었지만, 채무국 위기는 여전하다.
모슬리 교수는 “확실히 개도국의 부채 위기와 디폴트 위험은 여러 이유로 과거보다 지금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많은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부담이 증가했다”며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많은 국가에서 높아진 상품 가격과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각국의 금리 상승과 강달러는 신규대출과 달러 표시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액을 더 비싸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모슬리 교수는 IMF도 디폴트 위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공공 부문에서 민간 부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채권자에게 빚을 지고 있다”며 “채무국들은 보통 IMF와 같은 다자간 기구의 부채를 우선적으로 상환하지만, IMF도 채권단 중 하나인 만큼 때로는 차입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스닐로 유로다드 연구원은 IMF의 대출방식을 지적하며 불어난 신용잔액에 비해 채무국을 제대로 지원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IMF 대출엔 대가가 따른다. 특히 긴축 정책 방식이 그렇다”며 “우린 IMF 대출에 있어 채무국의 경제 정책과 연관된 융자 조건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한국이 외환위기에 처했을 때도 불거졌던 문제다. 당시 IMF는 혹독한 긴축과 금리 인상을 요구하며 우리 정부의 경제 정책에 관여했고, 이는 이후 한국 경제 회복을 늦춘 원흉으로 지목됐다. IMF는 지금도 스리랑카나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등 디폴트 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에 지원을 대가로 강도 높은 긴축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또 “IMF는 세계은행(WB)과 함께 공공서비스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반면 민간 협력(PPP)을 비롯해 공공서비스의 민영화와 사업화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가 채무국이 아닌 채권단을 우선시하는 건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프레스닐로 연구원은 “IMF가 채무국이 아니라 민간·양자 채권단을 구제하고 있는지는 우리가 살펴봐야 할 또 다른 요소”라며 “우린 너무나 많은 경우에서 IMF 대출금이 개도국의 요구를 해결해주기보다 금융기관과 같은 외부 채권단 빚을 갚는 데 먼저 들어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양자 채권단은 개도국과 1대 1로 자금을 빌려준 국가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