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경기의 흐름을 끊는 이른바 ‘침대 축구’가 통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나옵니다. 대신 역사상 가장 긴 경기들이 진행돼 이목을 끄는데요. 월드컵 개막 당일인 21일부터 117분에 달하는 경기가 등장했습니다.
‘낭비되는 시간’을 없애기 위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새 정책이 가져온 변화인데요. 새로운 방침이 경기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일반적인 축구 경기에서 10분 연장은 드문 일이지만,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다릅니다.
21일 잉글랜드-이란의 조별리그 B조 1차전에는 전반 14분 8초, 후반 13분 8초의 추가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동료와 부딪쳐 뇌진탕 증세를 보인 이란 골키퍼 알리레자 바이란반드의 치료 및 교체 시간을 반영했기 때문인데요. 1966년부터 추가 시간 관련 기록을 측정한 영국의 스포츠 데이터 업체 ‘옵타’에 따르면 전반전에 추가된 14분 8초는 역대 최장 기록입니다.
같은 날 있었던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도 10분이 추가됐습니다.
이튿날 경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네갈과 네덜란드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는 후반전에 10분 3초, 미국과 웨일스의 B조 1차전 때는 후반에 10분 34초가 각각 추가됐습니다. 전반전과 후반전이 각 45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2% 이상 경기 시간이 늘어난 겁니다.
22일 ‘옵타’는 이번 월드컵에서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추가시간 1~4위 신기록이 나왔다고 알렸습니다. 상기한 네 기록이 나란히 1위부터 4위를 차지했습니다.
총 경기 시간이 늘어난 건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위원회가 방침을 변경했기 때문입니다.
FIFA는 6월 워크숍을 통해 “추가시간을 엄격하고 현실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선수 부상이나 교체, 골 세리머니, 혹은 심판 비디오 판독(VAR) 모니터 등으로 지체된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해 추가 시간에 넣겠다는 것입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부터 이러한 시도가 시작되어, 이번 월드컵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FIFA의 이런 조치는 ‘침대 축구’ 전략을 방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침대 축구’란 이기고 있거나 동점만 유지하면 되는 상황에 고의로 시간을 지체하는 경기 전략을 말합니다.
‘스치기만 해도 침대에 눕듯 경기장에 드러눕는다’라고 해서 이런 별칭이 붙었죠. 이는 경기의 재미와 긴장감을 반감시키는 비신사적 행위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2012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에서 이란의 침대 축구 전략을 상대해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지체된 만큼 시간을 추가하는 FIFA의 최근 방침은 이런 침대 축구 전략을 무력화하는데요. 따라서 그동안 악명 높았던 중동 지역 국가들의 침대 축구 전략을 파쇄하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란, 카타르를 비롯한 몇몇 중동 축구 대표팀은 ‘침대 축구’로 악명을 드높여 왔습니다.
‘침대 축구’의 지루함은 사라졌습니다. 대신 축구 팬들은 역대 최장 길이의 경기를 시청해야 합니다.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려는 FIFA의 시도에 대해 22일 BBC는 “일부 팬들은 시간 낭비를 단속하려는 FIFA의 시도를 칭찬했지만, 다른 일부는 불필요하게 긴 경기였다고 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부 축구 팬들은 SNS에서 “선수들에게는 몰라도 내겐 너무 긴 경기였다”고 피로감을 드러내기도 했죠. 한 팬은 “기이하다”고 말하기 까지 했습니다.
경기 시간이 길어지며 ‘침대 축구’ 전략은 물론, 기존 경기 방식 전반에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긴 시간을 견뎌야 하는 선수들의 지구력과 체력, 그리고 추가시간에 터져 승패를 뒤집는 ’극장 골‘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