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탄탄한 고용시장과 가계 소득이 소비 견인
유럽도 에너지 공급 감소 역풍 최소화
이번 경기침체, 금융위기·닷컴버블보다 심각하다는 우려도
“경기침체 내후년까지 계속”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경제가 악화했지만, 전문가들의 이전 전망보다는 심각하지 않다며 내년 깊은 침체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미국과 유럽에서 나온 주요 경제지표는 경기가 위축 국면에 빠졌음을 시사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11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47.6으로, 2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서비스업 PMI도 46.1로, 전월치(47.8)를 밑돌았고 다섯 달 연속 위축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이 갈린다.
그러나 고물가와 고금리 환경에도 미국과 유럽 경제가 최악은 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P글로벌의 수석 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 윌리엄슨은 “최근 지표들은 경기침체 규모가 이전에 우려했던 것만큼 혹독하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미국은 노동자 우위 고용시장과 양호한 가계 소득이 소비를 떠받치고 있다. 가계 소비지출은 미국 경제의 핵심축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견고한 소비 덕에 10월 소매판매도 예상을 웃돌았다.
유럽 역시 에너지 소비 절감과 재정 지원을 통해 러시아 에너지 공급 감소 역풍을 최소화하고 있다. 아담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정책연구소(PIIE) 대표는 “세계 경제의 75% 이상이 꽤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경기침체를 겪고 이르면 내년 4분기 성장세를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경제의 반등 여지도 낙관적 경기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중국 당국은 제로 코로나 조치 완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봉쇄를 다시 강화하고 있는 점은 변수다. 마그달레네 테오 율리우스바에르 연구원은 “재확산으로 코로나 방역 정책 기조 변화가 시험대에 올랐다”며 “중국은 올겨울 경제활동 재개가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우울한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도 있다. 미국 유명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캐피털을 이끄는 더글라스 레오네 글로벌 매니징 파트너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행사에서 “현재 경기둔화는 2008년 금융위기, 2000년 닷컴버블 때보다 더 어렵고 도전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상승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현금이 고갈되기 시작했다”며 “경기침체가 2024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