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한국과 0-0 무승부’ 우루과이, 프랑스 심판 징크스 있었다

입력 2022-11-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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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우루과이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0-0 무승부를 거뒀습니다.

이날 한국과 우루과이는 서로 결정적인 골 찬스를 몇 차례 놓치며 손에 땀을 쥐게 했는데요. 심판은 어지간한 충돌에는 휘슬을 불지 않는 보수적인 경기 운영을 이어갔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우루과이 측에서도 항의 제스처가 나올 정도였죠.

굴하지 않고 경기를 지속한 주심은 클레망 튀르팽(Clement Turpin·40)입니다. 프랑스 프로리그에서 활동해온 튀르팽 심판은 2016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16)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17년 17세 이하(U-17) 월드컵, 2018 러시아 월드컵 등에 참가한 이력이 있습니다. 지난해 UEFA 유로파리그 결승과 올해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맡는 등 능력을 인정받아왔죠. 한국과도 인연이 있습니다. 2016 리우 올림픽 조별리그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 주심으로 나선 적이 있는데, 당시 한국은 권창훈(김천)의 결승 골로 1-0 승리를 거뒀습니다

FIFA가 주심으로 튀르팽을 발표한 후, 우루과이에서는 한국과의 경기 결과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클레망 심판이 프랑스 국적이기 때문입니다.

▲24일 오후(현지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 대한민국 주장 손흥민이 우루과이 수비수와 볼 경합을 벌이던 중 넘어지자 벤투 감독이 심판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잠잠했던 심판의 ‘휘슬’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한국과 우루과이는 승점을 얻기 위해 격돌했습니다.

특히 한국은 후반 44분 결정적인 골 기회를 잡았습니다. 손흥민과 조규성, 벤투호의 두 공격수는 공을 몰고 우루과이 골문을 향해 매섭게 달려갔습니다. 우루과이 수비수도 둘뿐이었던 ‘빅 찬스’였죠. 그런데 뒤에서 두 사람을 쫓아온 우루과이 수비수가 조규성을 밀쳤고, 조규성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았습니다. 공격권 역시 넘어갔죠. 그러나 심판은 휘슬(파울)을 불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냈습니다.

왼쪽 수비수 김진수 역시 우루과이 선수에게 걸려 넘어졌습니다. 심판이 파울을 선언하지 않자, 파울루 벤투 감독은 그를 향해 거세게 항의하다가 되레 경고를 받았습니다.

지상파 3사 해설위원들은 일제히 “이걸 (휘슬을) 안 분다”며 의아해했습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이 경고를 받자 “한 장 그냥 받아요. 뭐 어때요”라고 말하는 등 심판의 판정에 의아함을 드러냈습니다. 김성주 캐스터도 실소를 터뜨렸죠. 안정환은 “오늘 경기 중 너무 거친 부분에서 (휘슬을) 잘 불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캡틴’ 손흥민을 향한 견제도 거칠었습니다. 우루과이 수비수 마르틴 카세레스에게 오른발 뒤꿈치 부분을 강하게 밟힌 손흥민은 한동안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축구화가 벗겨지고 양말도 찢어질 정도였죠. 벤투 감독은 다시 한번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했고, 심판도 여기서는 경고를 내줬습니다.

▲24일(현지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 우루과이 발베르데가 다리에 쥐가난 듯 피치에 앉아있다. (뉴시스)

우루과이에 ‘악몽’과도 같은 프랑스 심판

거칠었던 접전은 무승부로 막을 내렸지만, 우루과이 선수들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주심을 찾아 항의했습니다. 판정에 불만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손흥민 등 친분 있는 선수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 것도 잠시, 우루과이 선수들은 다소 침울한 얼굴로 경기장을 떴습니다.

사실 우루과이는 프랑스 국적 심판에게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우루과이는 튀르팽 심판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두 번째로 만났는데요. 당시 우루과이는 수아레스의 코너킥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이겼습니다.

그런데 튀르팽과의 재회가 달갑지 않은 것은 처음 프랑스 심판을 마주쳤던 ‘악몽’이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우루과이는 영국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지휘하던 스코틀랜드와의 경기에서 ‘56초’ 만에 레드카드를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프랑스 국적 심판 조엘 퀴니우는 경기 시작 56초 만에 호세 바티스타 곤살레스에게 퇴장을 알리는 레드카드를 내밀었습니다. 이는 지금도 깨지지 않는 ‘불명예 기록’으로 남게 됐습니다.

우루과이 일간지 ‘엘옵세르바도르’의 스포츠 섹션 ‘레페리’는 “이 때문에 바티스타가 종전 경기서 받은 ‘56초 퇴장’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았다”며 이번 카타르 월드컵 데뷔전인 한국과의 경기에서 월드컵 사상 세 번째로 프랑스 심판을 만나게 된 점을 하나의 징크스처럼 묘사했습니다.

1986 멕시코 월드컵의 악몽은 이어졌습니다. 우루과이 미드필더 미겔 앙헬 보시오는 덴마크전에서 경기 시작 20분 만에 퇴장했고, 우루과이는 6-1 패배라는 굴욕을 안아야 했습니다.

여기에 우루과이는 스코틀랜드전에서 심판으로 또 퀴니우를 마주칩니다. 당시 경기 시작 38초 만에 스코틀랜드 미드필더 고든 스트라컨이 호세 바티스타에게 심각한 반칙을 했지만, 퀴니우는 레드카드를 주는 데 시간을 지체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24일(현지 시각) 가나 선수들이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H조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포르투갈의 페널티킥을 배정한 이스마일 엘파스 심판과 논쟁을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편파 판정’ 꼬리표는 기본…뻔뻔해야 사는 심판의 세계

판정에 대한 불만은 축구뿐 아니라 대다수 스포츠에서 불거집니다. FIFA 측도 이를 의식한 듯,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심판 유니폼’을 도입하며 심판진을 향한 존중과 지지를 표명했죠.

이번 대회에서 심판들은 대표팀 선수들처럼 각자 성(姓)이 적혀 있는 셔츠를 입습니다. 선수들 유니폼에 적힌 것보단 작은 글자 크기지만, FIFA 대회에서 심판들이 개인 유니폼을 입는 것은 처음입니다.

심판 유니폼 옷소매에는 ‘팀 원’(Team One)이라는 글자도 새겨졌습니다. 이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심판진에 직접 붙인 이름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 10일 심판 훈련 캠프 입소식에서 “여러분은 FIFA의 팀이자 이번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팀”이라며 “월드컵 첫 경기 킥오프부터 결승전을 마무리하고 월드 챔피언에게 트로피를 수여하기까지 ‘팀 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선수들과 함께 뛰며 경기를 진행하는 만큼, 심판들에게는 뜨거운 시선이 쏠립니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예상 시청자 수가 50억 명으로 추산되며, 역대 스포츠 행사 중 가장 많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심판은 해박한 축구 지식뿐 아니라 헌신, 심리적 압박감에 대처하는 능력 역시 필수로 갖춰야 합니다.

우리와 H조로 묶인 가나도 포르투갈과의 첫 경기에서 심판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가나는 포르투갈에 3점을 내주고 2점을 얻으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란 평을 받고 있는데요.

오토 아도 가나 축구대표팀 감독은 경기 직후 패배 원인을 묻는 취재진에 “당연히 심판 때문”이라며 “누군가가 골을 넣는다면 축하할 일이지만, 이건(호날두의 페널티킥) 심판이 준 특별한 선물이었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며 이스마일 엘파스 심판이 경기 당시 비디오 판정(VAR)을 하지 않고 선수들의 수많은 파울을 놓쳤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심판의 경기 운영이 어떤 이에겐 승부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셈입니다.

오는 28일 오후 10시 30분 격돌하는 한국과 가나. 선수들의 활약뿐 아니라 심판진의 태도에도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이 쏟아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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