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놓고 노사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이사회를 열어 부산 이전을 위한 조직개편안 확정을 시도하자 산은 노동조합은 대규모 시위를 열며 물리적 대응에 나서는 한편,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산은 노조는 28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여의도 산은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석훈 회장이 경고를 무시하고 이사회를 강행하려 한다면 물리력을 동원해 막는 것은 물론, 법적 조치까지 고려해 불법적 본점 이전 기도를 분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이 29일 이사회를 열고 '동남권 영업조직 개편안'을 의결하기로 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빗속에 개최된 이 날 기자회견에는 산은 직원 수백 명과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을 포함한 상급 단체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최고위원, 김민석·이수진 의원, 정진술 서울시의회 원내대표 등이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다.
산은이 추진 중인 '동남권 영업조직 개편안'에는 산은의 중소중견금융부문을 '지역성장부문'으로 변경하고 관련 인력을 부산에 배치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조직개편안이 추진되면 50~100여 명의 산은 직원이 부산으로 근무지를 옮겨야 한다. 산은은 내년 1월 하순에 이들 인력이 부산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사무공간·사택 등을 준비한다는 계획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개편안엔 지역성장부문 산하에 '동남권투자금융센터'를 신설해 부산·울산·경남 지역 투자금융 업무를 수행토록 하며, 현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위치한 해양산업금융실은 기존 1실 체제서 2실 체제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이번 조직개편안이 ‘꼼수 이전’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조윤승 노조위원장은 "산업은행법에는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정하고 있어서 옮기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이번 조직개편안은 이런 절차를 피해 본점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는 산은이 조직개편안 의결을 위해 이사회를 강행할 경우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이사회를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사내·사외이사 전원에 대한 배임·직권남용 혐의 고소·고발과 인사 정지 가처분 신청, 퇴진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이미 사외이사들에게 이번 조직개편안 동의 시 발생하게 될 법적 책임 여부에 대한 검토 사항을 발송한 상황"이라며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졸속 마련된 조직개편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이사회에서 조직개편안이 의결될 수 없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앞서 조한홍 산은 사외이사가 임기를 7개월가량 남긴 채 사임하면서 변수가 됐기 때문이다. 조 이사는 사임 이유로 '일신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일각에서는 ‘부산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배경이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