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받아온 국내 증시에 최근 주주친화적인 소식이 잇달아 들려오고 있다. 상장사들은 벌어들인 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거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앞당기는 등 주주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나타내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한편 기업의 성장성과 주주가치도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재보험사 코리안리는 28일 자기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수의 20%를 무상증자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결정으로 전체 발행 주식수는 17% 증가하고, 주주에게 배분되는 비율이 더 높아져 지분율은 상승하게 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증자비율이 높진 않지만, 자사주를 배제해 주주 지분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 주주가치 제고에 소폭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메리츠금융지주도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를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구조개편안 전격 발표했다. 주요 상장 자회사를 상장폐지 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대주주(오너)의 지분율은 하락하게 된다.
메리츠화재와 증권이 포괄적 주식 교환을 실시하면서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의 지분율은 78.9%에서 47%로 낮아지게 됐다.
자회사 상장 일색인 국내 증시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행보다. 이제까지 국내 상장사들은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수년간 기업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계열사들을 뗐다 붙였다 해오며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합병하면 대주주 지분율이 하락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이같은 의사결정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는 한국 특유의 문어발 상장 트렌드에 완전히 역행하는 파격 그 자체이자 메리츠금융그룹이 주주 이익을 최우선한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업이 먼저 주주가치를 앞세우자 주가는 화답했다. 29일 코리안리는 개장 직후 8% 넘게 상승률을 보였다. 메리츠금융지주가 상장사 그룹 통합을 발표한 다음날 메리츠 3사도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주주가치 제고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상장한 산돌은 24일 중장기 배당정책으로 별도 당기순이익의 15% 이상을 현금으로 배당하겠다고 발표했다. 산돌은 25일 장중 주가가 9%대까지 치솟았다.
금융당국도 배당 제도 개편안을 내놓으며 주주 환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현행 배당 제도는 상장기업이 연말 배당 주주를 확정 후 이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기존 제도를 뒤바꿔 배당금 결정일 이후 주주 확정 방식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향후 투자자들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일이고 배당 활성화 등 효과가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명 ‘단타’ 방식으로 수익을 내려던 개인 주주들이 기업과 소통을 통해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들의 이러한 행보가 향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대했다.
반면 대주주 배만 불린다는 지적을 받는 기업도 있다.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에 나선 OCI는 주주 반발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겉으로는 사업 구조개편이지만, 오너 일가인 이우현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속내라는 해석이다. OCI홀딩스가 향후 신설법인인 OCI 주식을 공매 매수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OCI 지분을 제공하고, 대신 지주회사인 OCI홀딩스 주식을 늘리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탄탄하게 하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도 비슷한 사례다.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홀딩스(신설회사)와 현대백화점(존속회사)으로 기업을 쪼개기로 하면서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홀딩스의 자회사로 두기로 했다. 인적분할이 진행되더라도 백화점 사업부는 분리된 상태로 남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이번 분할의 진짜 목적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한무쇼핑을 활용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