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수익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비우량 회사채로 몰려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은 비우량 회사채 중에서도 대한항공, 두산, 한진, 제이티비씨 등 항공·방송·건설 업종에 집중됐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장외채권 시장에서 개인들의 무보증 BBB+~B등급 회사채(투기등급에 걸친 비우량 회사채) 잔고 수량은 1조870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5235억)과 비교하면 약 3500억 증가했다.
매매주체별로 보면 개인들의 비우량 회사채 쏠림은 더욱 심화된다. 같은 기간 은행(3054억)과 투신(3912억)의 5-6배에 달하는 보유액이다. 반면 외국인과 정부는 각각 24억, 47억 원으로 나타나 비우량 회사채 매수 비율이 극소수에 불과했다. 개인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사실상 ‘투기등급’으로 분류돼 불안정한 채권들을 쓸어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개인들의 비우량 회사채 보유비율은 증권사를 제외한 실수요자들의 전체 보유 잔액(3조7807억)의 49.46%에 육박해 올해 초(42.10%, 전체 잔액 3조6070억)보다 약 2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11일 기준 개인 보유 잔액은 1조8848억 원으로 2012년 10월(12일 1조8921억)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BBB급 이하 회사채에 대한 개인들의 사랑은 급격한 금리 인상이 시행된 올해들어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연초(1조5312억)과 비교하면 22.13% 늘어난 수준이다. 개인들의 비우량 회사채 선호 현상은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채권 금리가 뛰면서 고수익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금리 인상 흐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매력을 갖춘 회사채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우량 회사채 가운데 개인들이 지난달 가장 많이 사들인 신용등급 BBB+의 ‘대한항공95-3(녹)’ 채권은 표면이율이 3.672%, 매매수익률은(1일 기준) 6.15%에 육박한다. 지난달 8일에는 6.287%까지 치솟았다.해당 채권은 개인투자자들만 866억 원어치 보유하고 있고, 상호금융사를 포함한 기타법인이 208억, 정부 22억, 투신 8억에 그쳤다.
크레딧 시장에서 B등급대는 미래 환경변화에 따라 원리금 지급 확실성과 안정성이 떨어지는 비우량 등급으로 통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만큼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증권사의 회사채 투자 담당자는 “A등급 이하부터 시작되는 B등급대 회사채일수록 높은 금리차가 매력적”이라며 “등급은 낮아도 향후 상향 가능성 있는 기업일수록 수요가 몰린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비우량 회사채에 대해 회사채 시장의 큰 손인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은 길어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