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는 지난 8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 전환에 반기를 들면서 결성됐다. 국바세는 전국에 있는 당원들이 뽑은 이준석 전 대표를 해임하는 당을 비판하면서 “정당 민주주의가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전 대표 편에 서 가처분 신청과 탄원서 제출을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지난 8월 이 전 대표의 1차 가처분 당시 국바세는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비상대책위원회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2502명의 당원과 시민 탄원서를 제출했다.
잠시 지나가는 바람인 줄 알았던 국바세는 어느덧 네이버 카페 소속 회원이 4830명(11월 24일 기준)에 이르는 모임으로 성장했다. 9월 24일 1회 토크 콘서트를 시작으로 광주, 인천 등을 돌며 총 4회의 토큰 콘서트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당초 토크콘서트를 통해 전국적 조직망을 갖추려고 했으나, 그 목표를 조기에 달성해 토크콘서트를 마무리하고 이후에는 전 지역 당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릴레이 간담회를 할 계획이다.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국바세 신인규 대표는 그간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사실 국바세가 누가 예정해서 만든 게 아니고, 특별한 위급 상황이 발생했고, 그 상황 속에서 목소리를 내다가 그것을 조직화한 것”이라며 “그간 보수 진영에서 볼 수 없었던 자발적인 참여나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많이 모였고, 저는 보수 정치 안에서는 유의미한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대표가 만난 국바세 당원들은 20·30세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신 대표는 “지금 국바세에 있는 당원들은 전통적인 당원들이라기 보다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에 소위 보수 정당의 변화의 바람을 지지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나 오세훈 서울시장, 이준석 전 대표의 바람을 타고 온 분들이 다수”라며 “정말 다양한 세대와 연령의 사람들이 있고, 지역별 편차도 별로 없다”고 밝혔다. 특히 고령층에서 ‘한국 정치의 세대 교체’를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그는 “70대 할머니, 할아버지를 뵀는데, 오히려 그분들이 젊은 친구들이 더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보수 개혁’을 외치던 당원들이었기에 당헌·당규를 개정해 비대위를 꾸리려는 당 지도부를 규탄할 수 있었다.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당원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최종적으로 이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실망감도 컸다. 신 대표는 “사실상 (이 전 대표가) 대표직을 회복할 수 없겠다는 것에 대해 많은 실망감을 표출한 분들도 계셨고, 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분들도 일부 있었고, 정당을 바꿔야겠다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가처분 사건을 겪으면서 ‘인물 정치’가 아닌 ‘가치와 비전이 있는 정치’를 하자고 국바세 회원들과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는 “노무현 팬클럽, 이준석 팬클럽 등 인물을 지향하면, 결국 그 정치인을 벗어날 수 없다”며 “지지자들이 정치인의 비전과 가치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반대로 지지자들이 만든 비전과 가치에 정치인들이 뛰어 들어와 활동을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그것을 하나하나 설정해 나가는 단계”라며 “우리가 지향한 첫 번째 가치는 ‘정당 민주주의’였고, 두 번째는 지금 국바세 회원 내에서 많이 얘기가 나오고 있는 자유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지금 국민의힘 당 상황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신 대표는 “지금 당은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개인을 추종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줄 세우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줄을 세운 사람도 잘못이지만, 줄은 선 사람도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물 정치가 심화되면, 결국 남는 것은 포퓰리즘밖에 없다”며 “20년 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늘 외치던 것이 ‘광주에서 콩이면, 부산에서도 콩인데, 왜 대구에 오면 팥이 되냐’는 것이었다. 인물을 추종하면 비전과 가치가 상실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차기 당 최고위원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신 대표는 “최고위원(선거)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신 대표의 정계 출마설은 지난 4월 송파구청장 도전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3위에 그치면서 지방의회로 진출을 하지 못했다. 그는 “국바세 회원들이나 주변 분들이 최고위원 도전을 권유하고 있지만, 최고위원 출마는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국바세 이름으로 누구를 지지할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다.
신 대표는 당분간 국바세 활동에 집중할 생각이다. 그는 “국바세 이름으로 정당 민주주의를 외치는 당내 건강한 세력이 있다, 이런 소수의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 알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