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흥행ㆍ초거대 AI 성과
취임 후 손대는 것마다 대박…이달 연임에 무게
“구현모 대표이사가 연임 의사를 표명하였고, KT 이사회는 관련 규정에 따라 연임 우선심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KT의 2022년 3분기 실적발표를 기다리고 있던 지난달 8일 오후 2시. 갑작스럽게 구현모 대표의 연임 도전 소식이 전해졌다. KT를 단순한 통신회사가 아닌, 전 세계 통신 회사가 따라야 할 롤 모델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다. 그는 스스로 연임 의사를 밝히면서 통신 시장에서의 무의미한 마케팅 경쟁 대신 AI·빅데이터·클라우드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플랫폼 시장을 이끌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콘텐츠 분야 강화해 ‘우영우’ 탄생 핵심 인물 = 구 대표는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꼽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있게 한 최고 책임자다. 그는 그룹 내 미디어 콘텐츠 역량을 결집해 투자 및 기획, 제작, 유통까지 아우르는 콘텐츠 전문 기업 ‘KT 스튜디오지니’를 지난해 설립했다. KT 스튜디오지니로 2023년 말까지 원천 IP 1000여 개 이상, 드라마 IP 100개 이상의 콘텐츠 라이브러리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성과는 올해 바로 나타났다. ENA채널을 통해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마지막 회 시청률 17.5%(비지상파 유료가구, 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콘텐츠 확장에 힘썼던 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콘텐츠 분야의 행보는 ‘시즌’과 ‘티빙’의 합병으로 이어졌다. 그는 CJ ENM과 함께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 내 온라인 동영사 서비스(OTT) 경쟁력 강화와 K-콘텐츠 성장 가속화를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 양사는 지난 1일 합병을 완료하고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그룹 시너지 및 전략 강화…디지코 전환 속도전 = 구 대표는 취임 이후 현재까지 총 2조6000억 원 가량의 투자를 이끌며 디지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 대표는 미래성장을 위한 DX 사업협력을 위해 지난 1월 신한은행과 4375억 원의 지분을 상호 취득하는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2020년 6월에는 현대로보틱스에 5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0% 확보하며 미래성장에 나서고 있다.
9월에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했다.. KT와 현대차그룹은 KT 자사주 약 7500억원(7.7%)을 현대차 약 4456억원(1.04%), 현대모비스 약 3003억원(1.46%) 규모의 자사주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상호 지분을 취득했다. KT와 현대차그룹은 미래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협력하고, 자율주행 차량에 최적화된 6G 통신 규격을 공동 개발해 차세대 초격차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외에도 지난 7월 국내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인 ‘리벨리온’에 300억 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단행했다. 리벨리온은 AI 반도체 분야에서 우수한 개발 인력과 수준 높은 주문형 반도체 설계 경쟁력 등 차별화된 입지를 다져온 회사다. 2021년 AI인프라 솔루션 전문 기업인 ‘모레’에 이은 KT의 두 번째 AI인프라 분야 전략 투자 스타트업이다.
인터넷전문은행 1호인 케이뱅크는 지난해 가입자와 여신액, 수신액이 3배가량 증가하며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BC카드도 작년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고, 디지털 금융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신사업 생태계 조성 위한 ‘AI원팀’ = 구 대표는 취임 당시부터 ‘단단하고 당당한 KT’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그는 2020년 2월 ‘AI원팀’을 결성하며 AI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AI원팀은 인공지능 분야 공동 연구 개발, 인재 양성을 위해 국내 대표 산·학·연이 참여하고 있는 협력 단체다. AI원팀 결성 이후 LG전자, 동원그룹, 한국투자 등이 추가 합류하는 등 AI원팀의 외연을 넓혀 나갔다.
KT는 AI원팀을 통해 지능형 로봇, 물류 플랫폼 혁신 솔루션 개발에 협업하는 등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다. AI원팀은 더욱 진화된 AI를 구현하기 위해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 연내 상용화를 목표하고 있다. 초거대 AI란 대용량의 연산이 가능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사람처럼 스스로 사고할 수 있도록 설계된 AI를 의미한다.
특히 대규모 AI 연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향후 2000억 파라미터(매개변수) 이상의 모델까지 가능하도록 인프라 규모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AI원팀과의 협력의 성과가 KT의 AI 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진화시키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구현모 대표는 AI원팀의 성과에 힘입어 2020년 11월에는 한컴 등 국내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기업들과 서울대, 포항공대 등이 참여하는 ‘클라우드원팀’도 결성했다.
2020년 3윌 취임한 그는 2008년 이후 12년만의 KT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다. 통신기업 ‘텔코(TELCO)’에서 디지털플랫폼기업 ‘디지코(DIGICO)’로의 변화를 선언해 B2B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일에는 직접 연임 의사를 밝히며 KT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디지코 선언 2년이 지난 현재 KT는 높은 이익 성장률을 기록하며, 구현모 대표의 디지코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을 입증했다. 무선, 인터넷, 기업회선 등 기존 통신 사업에서 안정적 퍼포먼스를 내고 있으며 미디어·콘텐츠, 클라우드·IDC, 기업메시징 등 B2B와 디지코 사업 성장이 본격화되면서 성과도 가시화 됐다.
지난 2019년 14조 원 수준의 서비스 매출(별도 기준)은 디지코 확장 이후 2020년에 서비스 매출 15조 원을 돌파했다. 그리고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9조671억 원으로 4분기 실적에 따라 역사상 가장 큰 서비스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디지코와 B2B 매출은 서비스 매출의 40%를 넘어섰다. 2020년 1월 7조 원이던 KT 시가총액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화를 가속화 하며 지난 8월 10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