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첫 여성 사장 탄생…전경훈ㆍ송재혁 부문별 CTO에
‘한종희ㆍ경계현’ 투톱 유지, 정현호 사업지원TF장 유임
삼성전자가 5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는 ‘인재’와 ‘기술’로 ‘뉴삼성’을 완성하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강한 의지를 재확인시켰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장 승진 7명, 위촉 업무 변경 2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3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사장단 인사의 핵심은 ‘기술인재 발탁’, ‘첫 여성 사장 탄생’, ‘투톱 체제 유지’ 등 크게 세 가지다.
특히 기술인재는 뉴삼성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미래 핵심 동력으로 '초격차' 기술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지난 8월 경기 용인 기흥캠퍼스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면서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했다. 지난 6월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말했다.
지난 10월에는 ‘2022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고양’ 폐회식을 찾아 “맨주먹이었던 대한민국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젊은 기술 인재 덕분”이라며 “일찍부터 기술인의 길을 걷기로 한 젊은 인재들이 기술 혁명 시대의 챔피언”이라고 추켜세웠다.
이 회장의 이러한 기술 중시 경영 철학은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김우준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 신임 사장은 5G‧6G등 차세대 통신 사업을 이끄는 네트워크사업부장으로 보임됐다. 서울대학교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사장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상품전략그룹장, 차세대전략그룹장, 전략마케팅팀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 영업·기술·전략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이던 전경훈 사장은 최고기술경영자(CTO) 겸 삼성리서치 사장에 선임됐다. 전 사장은 포항공대 교수 출신으로 2012년 삼성전자 입사 후 차세대통신연구팀장, 네트워크 개발팀장, 네트워크사업부장을 역임하며 5G 세계 최초 상용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차세대 통신 기술은 이 회장이 직접 챙기는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이 회장은 촘촘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규모 사업 수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올해 초에는 미국 디시 네트워크와 1조 원이 넘는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 협상 과정에서 찰리 에르겐 디시 회장을 직접 만나 오랜 시간 산행을 하며 사실상 협상을 마무리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미국 이동통신업계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에 7조9000억 원 규모의 5G 네트워크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최근에는 일본의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NTT도코모에 5G 이동통신 장비 공급을 확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 사장이 기술 리더십과 전략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DX사업 선행연구를 총괄하며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송재혁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신임 사장은 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으로 발탁됐다. 송 사장은 D램과 플래시메모리 공정개발부터 양산까지 반도체 전 과정에 대한 기술리더십으로 메모리반도체 사업 글로벌 1위 달성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삼성전자는 1993년 이후 30년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송 사장은 앞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전제품의 선단공정 개발을 이끌게 된다.
남석우 삼성전자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신임 사장은 반도체 공정개발 및 제조 전문가로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전제품 공정개발을 주도했다.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제조기술센터장과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을 수행하며 반도체 공정 및 제조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삼성전자 측은 “공정과 제조, 인프라, 환경안전 분야 역량을 두루 갖춘 남 사장의 승진으로 반도체 초격차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사장과 함께 백수현 DX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 박승희 CR(Corporate Relations)담당 사장, 양걸 중국전략협력실장(사장)이 승진자 명단에 올랐다. DX부문 삼성리서치장을 맡았던 승현준 사장은 삼성리서치 글로벌R&D협력담당으로 이동했다.
삼성전자는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을 대표이사로 지난해 구축한 ‘투톱 체제’를 유지했다. 삼성전자의 주요 경영 현안을 챙기는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의 수장인 정현호 부회장도 유임됐다.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3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