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적자' 실손보험 K-ICS 도입 후 건전성 영향 관심
금융감독원이 새로운 재무건전성 지표(K-ICS) 도입을 앞두고 진행한 현장점검에서 '실손보험의 계리적 가정'에 대해 무더기로 지적했다. 낙관적 가정으로 부채를 과소평가해 이익이 많이 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업계는 지금도 '만년 적자'인 실손보험이 K-ICS 시행 후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하고 있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금감원은 최근 전체 보험사에 공문을 발송해 내년 K-ICS 시행에 대비해 실시한 현장점검 내용을 공유했다. 내부통제 구축, 계리적 가정 수립과 신지급여력비율 산출 과정에서 미흡 사항이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특히 실손보험의 계리적 가정 수립 시 보완할 만한 필요사항을 당부했다. 목표손해율을 사용한 일부 보험사에서 미흡 사례를 발견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안내했다.
금감원이 공유한 미흡한 사례로는 △목표손해율 도달 시까지 손해율이 높은 계약들은 현재의 높은 손해율이 점차 낮아진다는 가정을 사용하지만, 손해율이 낮은 계약들은 합리적 근거 없이 현재의 낮은 손해율이 지속된다고 가정한 경우 △갱신보험료 조정 시 과거 통계를 적용하지 않고 최대한도(25%)를 그대로 적용한 경우다.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출시 5년이 지나면 최대 25%까지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실손보험료 인상의 최대한도인 25%를 매번 최대치로 인상하지 않고, 아예 인상하지 않을 때도 있는데 매번 25% 올린다고 가정해버린 곳이 있었다"며 "이러면 추후 보험부채를 시가 평가할 때 이익이 더 많이 나는 걸로 오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또한 △최근의 손해율 수준 및 추세를 고려하지 않고, 과거 경험통계 부족 등을 이유로 일정 기간 경과 후부터 실적보다 낮은 손해율을 적용하거나 △지속적으로 손실이 발생하는 계약에 대해 낙관적 갱신가정을 적용해 위험률차손익은 0으로 고정한 후 사업비차에서 잔여기간 동안 마진이 발생한다고 가정하는 등의 보험부채 추정방식을 적용한 점 △합리적 근거 없이 일정 기간 이후에 의료급여 인상 등 보험금 상승요소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가정한 경우 등을 미흡한 점으로 꼽았다. 금감원은 내년 중 현장점검에 다시 착수해 미흡했던 사례들이 시정됐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보험업계는 지금도 적자인 실손보험이 새 회계제도 도입 후 건전성에 부담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료 결정권이 보험사에 완전히 부여되지 않은 손실부담계약을 판매하는 것은 보험사의 당기손익과 재무건전성에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IFRS17 도입 이후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하는 보험사가 발생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왔을 정도다.
앞서 보험개발원은 보험업계에 IFRS17이 도입되면 실손보험이 보험사의 당기순익과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IFRS17 도입에 따른 상품별 영향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실손보험이 현재의 손해율이 유지된다면 IFRS17 도입 시 손실부담계약이 돼 보험사의 당기손익과 재무건전성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인한 실손보험 요율 변동은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별로 어떻게 회계 처리를 하느냐, 어떤 실손 상품을 많이 팔았느냐에 따라 다르다"면서 "보험 요율은 미래에 받을 것을 정하는 것이고 K-ICS는 받은 보험금을 회계처리하는 것이니 요율변동과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가 우려하는 이유는 현재 실손보험은 높은 손해율로 ‘적자 늪’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실손보험 적자액은 지난해 2조8000억 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3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연구원은 올해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적자액이 3조9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손보사들은 손해율을 이유로 내년 실손보험료 10%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