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누적 기준 이천(9.5%), 강릉(8.6%), 원주(4.9%) 강세
전국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집값 역주행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경기 이천시와 강원 강릉시, 원주시, 충북 충주시 등으로 수도권 접근성이 뛰어나고 일자리를 갖춘 인구 30만 명 안팎의 소도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다만, 금리 상승에 따른 아파트값 내림세가 전국에서 지속 중이고, 부동산 매수심리도 잔뜩 얼어붙은 만큼 신중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KB부동산 통계 분석 결과, 올해(1월 3일~지난달 28일 기준) 누적 아파트값 상승률 상위 지역에는 경기 이천시(9.5%)와 강원 강릉시(8.6%), 원주시(4.9%), 충북 충주시(4.7%), 제천시(3.9%)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기간 전국 아파트값은 2.5% 떨어졌고, 서울 역시 상반기 가파르게 올랐지만, 하반기 상승분을 모두 반납해 최종 2.4%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기준금리 인상과 주택 매수세 실종으로 세종시(-10.5%)와 경기 수원시 영통구(-11.8%) 등 일부 지역에선 두 자릿수 집값 하락률을 기록한 지역도 속출했다. 그만큼 집값 역주행 지역 등장은 이례적이다.
집값 역주행 지역의 공통분모는 교통과 일자리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 이천과 강원지역은 서울 강남지역 등 서울 접근성 개선이 집값 상승에 큰 영향을 줬다.
경기 이천시는 경강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이천에만 전철역 세 곳(신둔도예촌‧이천‧부발역)이 문을 열었다. 이를 통해 판교까지 30분대에 접근할 수 있고, 신분당선 환승을 통해 서울 강남까지 이동할 수 있다. 또 SK하이닉스 본사가 들어서 이천시 내 자체 수요도 꾸준하다.
실제로 ‘이천롯데캐슬 골드스카이’ 전용면적 84㎡형 호가는 이날 기준 최고 7억5000만 원 선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기준 최근 실거래가는 지난 8월 거래된 6억8000만 원으로 지난 3월 신고가 거래금액인 7억2700만 원보다 4700만 원 낮은 수준이다.
이천시 소재 D공인 관계자는 “이천 내 아파트 수요는 투자보다 실거주 비율이 높다”며 “이천보다 먼 여주시에서도 강남 출퇴근 수요가 제법 될 정도로 생각보다 교통이 괜찮다. 이천 내 인구 유입도 꾸준해 올해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했다.
강원 원주시와 강릉시 역시 철도와 도로교통 개선으로 수도권 접근성이 좋아지자 외지인 유입이 이어지면서 아파트값 상승세를 보였다.
강릉시는 지난해 KB부동산 통계 기준으로도 24.8% 이상 올랐다. 2018년 KTX강릉역 개통과 서울-양양고속도로 준공으로 접근성이 좋아졌다. 부동산 시장 상승기 때에는 강릉과 속초시 일대 ‘세컨하우스’ 바람이 불면서 외지인 유입이 급증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 지난해 강원지역 아파트 매매량 중 외지인 거래 비중이 39.7%에 달한다는 집계도 나왔다.
충북 충주시와 제천시 역시 수도권과 맞닿은 지역으로 철도와 도로 교통망 개선, 대기업 투자가 이어지는 데다 비규제지역 영향으로 수도권 규제를 피한 ‘풍선효과’가 더해지면서 집값이 많이 올랐다.
다만, 해당 지역 상승세는 2020년과 지난해 전국적으로 오른 집값과 뒤늦게 ‘키맞추기’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당 지역 모두 인구 30만 안팎 소규모 도시로 아파트 시장 규모가 작아 부동산 시장 흐름 반영이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것이다. 또 저가 단지가 많아 시세차익을 노린 갭(매매가와 전셋값 차이) 1억 원 이하 투자 수요가 꾸준히 유입돼 가격을 유지한 영향도 있다는 해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값 역주행 지역은 오랫동안 비규제지역이었거나 집값이 수도권보다 저렴한 곳이 대부분이라 가격 하락이 덜한 것”이라며 “하지만 서울 핵심지역인 강남권 아파트 시세도 내림세를 기록 중이고, 재건축 단지도 여의찮을 정도로 시장 상황이 나쁘다. 국지적인 상승을 보인 곳은 언제든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