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한끼 상차림 비용 1년 보다 약 25% 가량 올라
“장을 보면 요즘은 기본이 20만 원이 넘어요. 체감상 물가가 2~3배 비싸진거 같아요. 일일특가 제품을 사거나, 할인쿠폰이나 쓰려고 대형마트에 가지, 요즘 생필품은 전부 인터넷으로 가격 비교하고 시킵니다.” (40대 주부 A씨)
“월급 빼고 전부 올랐어요. 특히 외식 값이 많이 비싸져서 스시나 델리를 사려고 마트에 자주 들립니다. 홈파티를 위한 케이크도 너무 비싸 대형마트에서 저렴하게 삽니다.”(20대 1인 가구 여성 B씨)
“요즘 마트 물가도 너무 비싸서 안 오다가, 오랜만에 나왔다. 쿠팡 와우, 프레시에서 우유를 사먹긴 찝찝해서, 노브랜드 우유 이거 딱 하나 사려고 왔다.” (50대 주부 C씨)
4인 가족이 외식 한번 하려면 15만 원이 훌쩍 넘고, 옷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식후땡’ 커피 한잔이나 아이스크림도 이젠 부담된다. 집밥으로 끼니를 때우려고 해도 식자재 가격에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가격 인상 러시에 인플레이션 공포가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중학생 자녀 2명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 D(43) 씨는 주말을 맞아 외식을 하고, 백화점에 들러 가족들의 옷을 구입하기로 했다. 새벽배송으로 미리 주말 아침으로 먹을 시리얼과 우유를 주문했다. 시리얼은 동서식품의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620g)’을 우유는 ‘매일유업(900㎖)’를 골랐다. 최근 우유값이 올랐다고 해서 가계부를 꺼내 비교했다. 두 제품을 함께 살때 작년만 해도 1만 원이면 충분했지만, 이제는 1만1000원을 지불해야했다.
다음날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백화점에 가서 패딩을 골랐다. 수년전 인기를 끌었던 캐나다구스가 다시 유행이라는 말에 매장을 들렸다가 D 씨는 깜짝 놀랐다. 매장에는 200만 원이 넘는 상품이 즐비헸다. 매장 직원은 최근 수입사가 바뀌면서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올해 4월 캐나다구스의 수입사가 삼성물산에서 롯데GFR로 변경되며 가격은 20~40% 씩 뛰었다. 엄두가 나지 않는 가격에 발길을 돌린 D 씨는 집에서 해외 직구를 알아보기로 했다.
간단하게 입을 티셔츠도 비싸지기는 매한가지. 올해 초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인 자라와 H&M이 가격을 올린데 이어 나이키와 아다디스도 각각 10%, 15%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유니클로 역시 상반기 일부 가격 인상에 나서며 이제 터틀넥셔트 한장에 5만원에 육박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월 의류 및 신발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달보다 5.5% 올랐는데, 이는 2012년 6월(5.6%) 이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수치다.
이날 D씨 가족의 점심 식사 장소는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VIPS)였다. 지난해만 해도 4인 가족에 13만 원이면 충분했는데, 이번에는 기본 메뉴만 먹고 통신사 할인까지 받았음에도 15만 원이 나왔다. “뭔가 잘못 계산됐나” 하고 생각하던 찰나, 직원은 지난 4월과 7월 두 차례 가격 인상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1년 새 가격 상승률은 평일 점심 24.2%, 평일 저녁과 주말은 15.6%에 달했다.
식사를 마친 후 산책에 나선 D 씨 가족은 스타벅스에 들렀다. 작년만해도 4100원이던 아메리카노 톨사이즈는 4500원으로 올랐다. 지난 4년간 가격 인상이 없었던 이디야 마저도 이달 22일부터 커피 값을 최대 700원 올린다.
높아진 커피값에 커피믹스로 대체하려해도 이마저 비싸졌다. 동서식품은 이달 15일부터 맥심 카누 아메리카노 90g 제품은 1만5720원에서 1만726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식후 디저트로 자주 즐기던 빙그레 붕어싸만코의 편의점 가격도 내년부터 2200원으로 10% 뛴다.
D 씨 가족은 예상보다 과도한 지출에 저녁 식사는 집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높아진 식자재 값에 이 역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12일 본지가 4인 가구 한끼 상차림 비용을 가정해 계산해 보니 1회 비용은 1년 전보다 약 25% 높아졌다. 메뉴는 미국산 냉장소고기와 된장찌개며, 후식은 바나나로 정했다. 1년 전보다 미국산 수입소고기 값은 40.4% 올랐고, 양파값과 대파값은 각각 29.2%, 8.0% 오르는 등 기본 재료값만 한끼에 3만9831원이 들어 1년 전(3만1879원)보다 8000원 가량 뛰었다.
여기에 맥주 한잔이라도 곁들이려면 돈이 추가된다. 올해 초 하이네켄코리아와 칭따오가 편의점 납품가를 올리면서 4캔 1만 원 가격이 1만1000원으로 올랐다. 지난 3월에는 하이트와 테라, 오비맥주 등의 출고가격이 각각 7.7% 뛰었고, 지난달 롯데칠성이 클라우드 오리지날 생맥주 500㎖짜리 20개 출고가격을 2만6160원에서 2만8820원으로 10.2% 인상했다.
소비자들의 물가 걱정이 커지고 있지만, 유통업계는 당분간 물가가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1300원대를 넘나드는 고환율과 우유와 계란 등 기본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식품·외식업계 전반으로 가격 인상이 지속될 수 있어서다. 특히 업계 선두 업체가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다른 업체들이 뒤따르는 도미노 현상도 우려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본 식자재값이 오르면서 다른 분야로 가격 인상 불똥이 튀지 않을까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히 커진 상태”라면서 “식품 대기업은 물가 인상 요인이 있더라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