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상한제 기준 갖춰야 통과 가능
선박 19척 발 묶여, 6일째 통과 못 한 선박도
러시아, 우크라에 미사일 70발 공격하며 제재 항의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튀르키예(터키) 당국은 자국 해역을 지나는 모든 유조선에 대해 유가 상한제에 부합하는 새 보험 증빙을 요구했다.
이는 EU와 G7이 배럴당 60달러(약 8만 원)를 넘는 가격에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한 유조선을 대상으로 서방 보험사의 해상보험 가입을 막은 탓이다. 튀르키예 입장에선 기름 유출과 선박 충돌과 같은 사고 발생 시 원활한 보상금 처리를 위해 선박들에 갱신된 보험 증빙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결과 튀르키예 해역에서 유조선들이 교통 체증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약 19척의 유조선이 이 해역을 지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고 심지어 가장 먼저 대기 중이던 선박은 6일째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 해운의 약 90%를 책임지는 13개 보험사가 가입한 P&I 클럽은 “튀르키예 정부의 요구가 일반적인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고 불평하고 있다.
일련의 상황은 유가 상한제가 글로벌 석유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첫 번째 신호라고 FT는 짚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이날 긴축 우려와 강달러 지속에 3% 넘게 하락했지만, 이후 유가 상한제 우려가 다시 커지며 6일 아시아시장에서는 1% 가까이 반등했다.
맨 처음 유가 상한제를 제안했던 미국도 현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튀르키예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 선박의 이동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최근 튀르키예 관리들과 만나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가 상한제는 러시아 경제에 피해를 줄 만큼 심각하지 않고 약한 수준”이라며 “러시아는 고의로 에너지 시장을 불안하게 해 세계 모든 국가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고, 이런 이들에 강력한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