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대중차까지 확산한 경주차 요소
1990년대 말, 세기말을 앞두고 글로벌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은 앞다퉈 '고성능'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 무렵, 정교한 엔진 기술을 앞세워 효율이 뛰어난 고출력 엔진도 속속 등장했다. 이전과 같은 배기량을 지녔어도 더 높은 회전수를 견디며 더 큰 출력을 뿜어내기도 했다.
이들의 고성능 엔진 기술 뒤에는 굵직한 레이싱 경기를 거치며 얻어낸 노하우가 존재한다. 레이싱 경기를 반복하면서 습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고성능 양산차를 개발하기도 했다. 각각의 브랜드를 대표하는 스포츠카들이다.
공도와 서킷에 몸을 반쯤 걸친 이런 고성능 차들은 '스포츠카'라는 명제를 앞세워 속속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판매량을 확대해 제조사의 배를 불려주는 차들이 아니다. '고성능'이라는 상징성을 앞세워 브랜드의 다른 모델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른바 '이미지 리더'다.
그렇게 스포츠카에 국한됐던 다양한 고성능 DNA는 시간이 흐를수록 일반 양산모델로 확산했다. 평범한 고급 세단이 어설픈 스포츠카를 단박에 추월하기 시작한 것. 이후 스포츠카의 영역은 다른 모델로 더 확산했다. 고성능 왜건과 고성능 SUV의 시대도 이때부터 본격화했다.
무광 색채의 시작도 2차 대전 이후 본격화된 레이스 경기였다. 0.01초가 순위를 뒤바꾸는 레이싱 경기에서 가벼운 차 무게는 적잖은 효과를 냈다. 당시 기술로 경주용 차 무게 10kg을 줄이면 최고출력을 3~4마력 더 끌어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차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고 그 가운데 하나가 페인트를 벗겨내는 일이었다. 페인트를 벗겨 차 무게를 줄이다 보니 차체는 오롯이 철판이 드러났다.
그렇게 레이싱 경기에서는 도색을 벗겨낸, 은색 레이싱카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날아가는 실버 애로우(화살)"라는 별칭도 이때 나왔다.
요즘 우리 주변에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무광컬러' 역시 이를 모티프로 삼았다. '매트(Matt) 피니시'라는 후처리 공정을 거쳐 반짝이는 광을 걷어낸 것. 무광컬러의 시작도 애초 레이스였다.
먼저 우리가 흔히 쓰는 "핸들"이라는 단어는 잘못된 표현이다. 올바른 명칭은 '스티어링 휠' 또는 우리말 '운전대'가 바른 단어다.
D컷 운전대는 동그란 스티어링 휠의 아랫부분을 직선으로 가공한 형태다. 이 모양이 알파벳 D와 닮은 덕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는 레이스에서 코너를 공략할 때 정교한 조작을 끌어내기 위해 등장했다. 운전대가 얼마만큼 돌아가고 있는지 드라이버가 쉽게 가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국산차에도 이런 D컷 모양의 운전대가 여러 고성능 차에 쓰인다. 현대차 고성능 N버전, 기아 스팅어 등이 대표적이다.
보닛 한가운데 또는 운전석 쪽에 기다란 테이프를 붙이는 차를 종종 볼 수 있다. 국산 양산차 가운데 1997년 현대차가 선보인 '티뷰론 스페셜'이 출고 때부터 이런 모습의 '보디 스트라이프'를 달고 나왔다.
겉보기에 멋져 보이는 디자인이다. 그러나 다분히 기능성도 갖췄다. 애초 레이싱 경기에서 코너마다 차의 앞머리를 정교하게 진입시키기 위해 이런 모습의 '보디 장식'을 추가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등장하는 신차들은 기능적 측면보다 디자인적 매력을 위해 이런 장식을 덧댄다.
뒤범퍼 중앙에 달린, 지느러미 모양의 장식이다. 이 역시 레이싱카에서 시작한 기능적 디자인이다.
빠르게 달리는 차는 차 앞머리부터 공기를 가른다. 갈라진 공기 가운데 일부는 차 바닥으로, 일부는 보닛을 타고 앞 유리를 거쳐 차 지붕으로 흐른다. 갈라진 이 공기는 차 꽁무니에서 다시 만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차 바닥을 빠르게 통과한 공기는 뒤범퍼를 지나면서 상승한다. 차의 뒷부분이 들썩일 수 있는 것. 결국, 이를 막기 위해 고성능 차들은 차 뒤쪽 트렁크 부문에 '에어 스포일러'를 장착하기도 한다.
리어 디퓨저는 차 바닥을 통과한 공기가 위로 솟구치는 현상을 감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최근 양산차에 달리는 리어 디퓨저는 기능보다 '패션'의 역할이 더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