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애고, 줄이고”…불황에 허리띠 졸라매는 여의도 증권가

입력 2022-12-07 10:30수정 2022-12-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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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DB)
올해 부진한 실적을 받은 여의도 증권가가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인력비와 사업비 등을 줄이며 업황 악화를 견뎌내겠다는 뜻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로 증권업황의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비용감축의 희생양으로 수많은 ‘증권맨’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증권사들은 인원 감축과 사업 종료 등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증권가 인원 감축의 신호탄은 케이프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달 초 법인부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고 관련 임직원 일부를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했다.

같은 달 말 다올투자증권도 신입사원을 제외한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또 경영 관련 직무에서는 상무급 이상 임원 전원이 책임 경영을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하이투자증권도 희망퇴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업황 분위기상 자기자본투자(PI)나 IB 쪽을 줄인다는 이야기는 내부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며 “증권가에 돌고 있는 매각설까지는 현실화가 어려워도 구조조정 한파는 사실상 들이닥친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지난해까지 이어진 업황 호황기로 증권사들이 인력 충원에 힘써온 터라 구조조정 충격이 더 클 전망이란 점이다. 특히 업계는 급격히 늘어난 계약직들이 구조조정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가 정규직 수는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9년 2분기 3만396명에서 올해 3분기 2만6710명으로 줄었다. 반면 계약직은 7078명에서 1만1472명으로 약 38.3% 증가했다. 지난해 3월 말까지만 해도 9000명대였던 계약직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인원 감축에 대해서 일축하는 분위기다. 현재 이뤄지는 계약직들의 재계약 협상은 노사 간 협의를 통해 계약 연장과 퇴직을 결정하는 일반적인 상황일 뿐 구조조정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구조조정 대상자였던 한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면 이 업계에서 계약직들이 계약 해지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며 “지금은 재계약 ‘협상’이 아닌 증권사가 일방적으로 재계약을 안 하겠다는 ‘통보’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심지어 동료들끼리 단톡방에서 해고 사실을 뉴스 기사를 통해서 접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며 “계약직들은 고연봉자들인 경우가 많다 보니 구조조정 표적이 되기 쉬운 부분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력 감축에 이어 증권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한 서비스 종료도 이어가고 있다. 다올투자증권도 웹거래시스템(WTS)과 개인투자자 전용 서비스(뉴지스탁·5STAR)를 올해까지만 서비스하기로 했다. 이밖에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등도 각종 서비스를 종료할 계획이다.

증권업황 전망도 밝지는 않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 발행 실패 물량을 제2 채안펀드에 매각하거나 자체 보유함에 따라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신용 위험이 상승하고 있으며 정부의 여러 유동성 공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증권사의 단기 자금 조달 시장의 경색 완화는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보유 투자자산의 손상 인식 여부 역시 4분기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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