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엄빠2’가 또 미성년자와 성인 간의 임신을 다루며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6일 방송된 MBN 예능 프로그램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2’(이하 ‘고딩엄빠2’)에서는 19세에 임신해 엄마가 된 박은지, 30세에 아빠가 된 모준민 부부의 이야기가 그려졌습니다.
앞서 제작진은 이들의 사연을 “21세 ‘인싸 맘’과 32세 ‘아싸 파파’의 우당탕탕 처가살이 라이프”라고 일컬으며 “시트콤 못지않은 웃음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예고해 비난을 받았는데요.
비판의 이유는 명확합니다. 성인이 심리적으로 취약한 미성년자를 만나 혼전임신까지 시킨 이야기가 한없이 가벼운 태도로 전달됐기 때문입니다.
‘고딩엄빠2’가 이 같은 비판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달 22일 방송에서는 19살에 임신한 김보현의 사연이 그려졌는데요. 그가 임신했을 당시 남자친구의 나이는 29세였습니다. 더군다나 두 사람은 학생과 교회 선생님 사이였죠. 이때도 시청자들의 비판이 제기됐으나, 이로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유사한 가족의 모습이 또다시 등장했습니다.
통상적으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은 성인은 아동·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됩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9세 이상의 사람이 만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아동·청소년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하는 경우 처벌됩니다. 양자 간 합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 연령과의 성관계에 대해서는 강간으로 간주할 수 있는 의제강간죄가 성립되죠. 하지만 만 16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의 경우, 쌍방이 합의한 관계에 대해서는 처벌이 어렵습니다. 결국 ‘고딩엄빠2’에서 소개된 사연에는 법적 처벌을 내릴 수 없는 것입니다.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더라도 이 사안에 무성의하게 접근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성년자의 경제·정신적 취약함을 이용해 성적으로 착취하는 ‘그루밍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황입니다. 그러나 방송 측은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사랑’, ‘주변의 만류에도 꺾이지 않는 사랑’ 정도로 출연자들의 사연을 포장하며, 비판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성인과 미성년자 간의 교제 및 임신, 가정을 이루는 과정을 ‘우당탕탕 라이프’, ‘시트콤’으로 표현하고, 연하 아내에게 올인하는 남편의 모습을 부각하는 제작진 측의 가벼운 태도가 더해지며 논란에 불씨를 지폈습니다.
현재 ‘고딩엄빠2’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폐지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게시글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방송이 미성년자 (그루밍) 성범죄를 미화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국민 육아 멘토’ 오은영 박사가 출연하는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도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최근 ‘결혼지옥’에는 일회적인 상담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워 보이는 부부들의 사연이 잇따라 등장했습니다. 임신 6개월 차에 남편으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한 아내, 술을 마시고 서로에게 폭언을 퍼붓는 부부, 남편의 숱한 외도로 34년간 고통받은 아내 등등. 이혼 소송 법정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는 관찰 카메라에 가감 없이 담겼습니다.
특히 지난 10월 방송된 국제 부부 편에서는 남편이 우즈베키스탄 국적 아내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하고, “돈 주고 널 사 왔다”고 폭언하는 모습이 공개돼 충격을 안겼는데요. 아내를 향한 존중 없는 태도에 ‘매매혼’까지 언급되며 인권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오은영 박사는 이를 ‘폭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부부들도 카메라에 담긴 본인의 모습을 보면서 반성과 성찰을 시작하고,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을 토대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죠.
그러나 욕설과 폭언, 부부관계 고민 등 은밀한 사적 고민이 연달아 전파를 타며 시청자들은 지나치게 강조되는 자극성에 난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결혼지옥’ 장면들이 캡처돼 게재되며 “비혼 권장 프로그램”이라는 조롱 섞인 평까지 나오는 중입니다.
‘고딩엄빠2’, ‘결혼지옥’의 기획 의도는 ‘행복’과 ‘성장’에 닿아 있습니다. 벼랑 끝에 선 ‘고딩엄빠’들이 어엿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부부가 고민을 나누며 행복을 되찾도록 조력하는 게 방송의 취지입니다. 적어도 제작진의 설명에 따르면요.
그러나 방송이 계속될수록 이 기획 의도는 흐릿해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출연진의 자극적인 서사만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 발견되죠. 특히 ‘고딩엄빠2’는 출연자 폭로로 조작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하리빈은 지난 9월 방송 내용 중 자신이 남편에게 부재중 전화 13통을 남긴 장면에 대해 “사전 인터뷰 때 남편한테 연락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했지만, 하루에 13통까지 한 적은 없다. 그런데 방송에는 부재중 전화 13통이 찍혀 있더라. 남편에게 물어보니 제작진 번호를 내 이름으로 저장해 13통을 걸었다고 하더라”며 과장된 편집과 짜깁기 의혹을 주장했습니다.
이후 ‘고딩엄빠2’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녹화 과정에서 하리빈 씨가 할머니와 통화한 것이 남편이랑 통화한 것처럼 나왔다며 수정을 요청해 방송에서 제외한 부분이 있었을 뿐 다른 요구사항은 없었다”며 “‘조작 방송’은 사실이 아니다. 하리빈 씨와 상호 합의 하에 일정 부분 제작진의 개입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출연진의 행동에 대해 제작진이 별도의 요구를 하거나 디렉팅을 한 적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하리빈은 “그럼 전화 13통 한 건 조작이 아니냐. 전화하라고 시킨 것도 별도 요청이 아니냐. 결국 할머니한테 오징어볶음 레시피 물어보는 장면도 남편한테 전화한 걸로 나갔다”고 방송 측을 재반박했죠.
자극적인 소재와 연출의 반복으로 화제성은 커졌습니다. 3~4%(닐슨코리아)대를 유지하던 ‘결혼지옥’ 시청률은 최근 6%대를 기록했고, ‘고딩엄빠2’도 지난 시즌보다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딩엄빠2’ 측은 이미 한 차례 해명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지난 9월 MC 하하는 “절대 미성년자의 출산을 지지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고 말했고, 이인철 변호사는 “미성년자의 혼전임신은 결코 미화될 문제는 아니지만 무조건 비난할 문제도 아니다”며 “청소년 부모와 아이에 대한 현실적 대책이 부족한 것이 안타깝다. 선입관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전했죠. 제작진 역시 “청소년들의 혼전임신을 조장하고 미화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며 “아이를 출산하는 것에 매우 무거운 책임감이 따른다는 것을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고딩엄빠’들의 이야기를 함께 듣고 일상을 보여주면서 선입견을 깨려고 한다”고 기획 의도를 다시금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시청자 대다수는 방송 측의 해명에도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그릇된 성·가족 관념을 심고, 모방 범죄의 증가에 일조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죠.
‘고딩엄빠2’를 비롯한 연애·결혼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행복과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를 입증할 수 있을까요. 숱한 비판에도 자극적인 서사를 찾기 급급한 방송을 확인했을 때, 방송의 목적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