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흠 회계사
트위터 인수 후 테슬라와 트위터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성립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회사의 최대주주와 CEO가 일론 머스크로 갔다는 것 외에는 두 회사 간 아무 관계가 없다. 만약 테슬라가 트위터를 인수했다면 지분율에 따라 자회사나 관계기업이 됐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테슬라가 보유 중인 현금으로 트위터의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대개 50% 초과)로 주식을 인수했다면 테슬라는 트위터의 지배기업(모회사)이 되고 트위터는 테슬라의 종속기업(자회사)이 된다. 그러면 두 회사는 합쳐서 재무제표를 만들어야 한다. 법적으로는 다른 기업이지만 경제적으로는 하나로 보는 것이다. 이런 재무제표를 가리켜 연결재무제표라고 한다. 우리나라 상장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상장기업들 모두 종속기업을 포함한 연결재무제표를 공시한다. 즉 지배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도 종속기업의 사업이 잘 안 되면 회사 전체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만약 테슬라가 보유 중인 현금으로 트위터의 지분을 인수하는데 지배권 확보까지는 어렵고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대개 20% 이상)로 인수했다면 둘 사이는 관계기업이 된다. 20% 정도의 주식을 취득하면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중요 의사결정에 유의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회계적으로는 지분법 처리를 한다. 예를 들어 테슬라가 트위터의 지분을 20% 인수했는데 트위터가 100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면 그중 20%인 20억 원은 테슬라의 이익이 되는 것이다. 재무제표를 합쳐서 연결재무제표를 만드는 것은 아니고 관계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의 지분율만큼만 가져오는 셈이다. 우량한 관계기업을 갖고 있다면 회사 이익 증대에 기여가 되지만 큰 폭의 적자를 내는 관계기업을 보유하면 회사의 순이익도 줄게 된다.
오로지 일론 머스크의 개인 자금으로 트위터를 인수했기 때문에 두 회사의 재무제표는 합치지도 않고 트위터의 손익이 테슬라에 반영되지도 않는다. 즉 트위터의 실적이 악화해도 테슬라의 재무제표에는 영향이 없다.
그런데도 왜 테슬라의 주가는 계속 우하향하고 있을까? 시장에서는 여러 얘기가 나오는데 그중 가장 큰 부분은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주식 매각이다. 아무래도 개인 입장에서 목돈을 마련해서 기업을 인수해야 하기 때문에 테슬라의 주식을 팔았는데 시장에서는 악재로 본 것이다. 좋은 주식이면 절대 안 팔 텐데 앞으로 안 좋아질 것이니까 파는 것이 아니냐는 관점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시가총액 800조 원대 규모를 생각하면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일론 머스크가 최대주주지만 지분율은 14%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뱅가드 그룹이나 블랙록펀드 등 대형 기관투자자나 뮤츄얼펀드 몇 군데가 보유한 지분 합계보다 적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가 아니고 펀드 중심이라 이사회의 권한이 강하다. 생전에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최대주주가 아니었고 마이크로소프트나 알파벳 등도 창업주 일가의 지분이 없거나 작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잘되어서 주가가 쭉쭉 올라간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를 같이 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악재가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큰 이슈는 아니다. 그런 점들보다는 계속되는 차량 관련 사고와 대규모 리콜, 중국 봉쇄, 전기차 경쟁사들의 선전이 얼마나 테슬라를 위협하고 있는지를 더 집중해야 한다.
테슬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00배가 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50배 수준으로 내려왔다. 성장주는 고PER가 용인이 되지만 높은 주가수익비율만큼의 성장률이 나와야 비싼 가격도 합당해진다. 실적 성장률이 둔화하기 시작하면 주가는 급속도로 꺾이고 만다. 우리보다 수십 배 이상 큰 미국 기업들을 분석해 보면 테마나 재료보다는 실적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설적인 투자자인 워런버핏이나 피터린치가 기업의 기초체력(Fundamental)에만 집중하라고 강조한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