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결단'이 신한금융지주의 세대교체를 끌어냈다. 연임이 유력했던 조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신한금융그룹 최종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된 것이다.
신한금융의 예상을 깬 CEO인사를 시작으로 올해 연말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 신한은행 본사에서 조 회장이 이날 차기 대표이사 회장 최종 후보를 정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서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당초 '3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됐던 조 회장은 이날 오전 회추위 회의에서 프레젠테이션(PT)방식의 면접을 마친 뒤 돌연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조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 때문에 고객이 피해를 많이 봤고 또 직원들도 징계를 받았다"며 "(제가)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주의'를 받긴 했지만 누군가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제가 더 (연임) 해서 조직을 안정시키는 게 맞는가, 아니면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게 맞는가 고민이 됐다"면서 "회추위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한 후보자 명단을 보니 이번에 제가 키워온 훌륭한 후배들이 후보로 있었다. 지금 (대표이사 회장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기, 차차기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봤고, 세대교체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의 결단으로 신한금융지주는 진 행장을 최종후보로 선정하며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은 인사에 은행권이 술렁이고 있다. 조 회장의 입장 발표에도 조 회장의 용퇴와 진 행장의 후보 선정 배경에 갖가지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의 '도덕성'을 주요하게 강조했다는 사실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조 회장은 "전적으로 나의 단독 결정이고 순수한 의도"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일본통'인 진 행장에 대한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가 역할을 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신한은행 근무 32년 중 14년을 일본에서 보낸 '일본통'으로 유명하다.
진 내정자는 1997년 일본 오사카지점에서 근무하다 2002년 귀국해 여신심사부 부부장 등을 거쳤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 6년 만인 2008년 그는 일본으로 다시 건너가 오사카지점장을 지냈다. 2011년에는 일본 SH캐피탈 사장 자리에 오른 뒤 2014년 SBJ은행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무풍지대'였던 신한금융지주 CEO인사가 예상 밖 결과를 내놓으면서 나머지 금융지주 수장들도 대거 교체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인사는 벌써 교체로 기울어지고 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후임 자리에도 관료 출신 외부 인사가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