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호<사진>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내년 한국 증시를 ‘상고하고’라고 전망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30일 여의도포스트타워에서 만난 본부장은 “상고하고는 V자 반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최하단을 높이면서 증시가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내년 코스피 지수는 경고한 하단을 바탕으로 2200~2700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증시에 대해 윤 본부장은 “지수가 말해주지 않았나. 지난해 역사적 고점 3300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2130 수준까지 빠지는 등 급격한 하락을 보였다”며 “이를 촉발한 것은 금리였다”고 평했다.
이어 “올해 금리가 급격히 올라갔다. 금리 수준 자체만 놓고 보면 과거에 쇼크를 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밸류에이션 높은 종목들의 주가 조정이 컸다”며 “금리가 움직이니까 가상화폐 시장도 무너지는 등 시장 성격 자체가 크게 변하는 계기가 금리에서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더불어 “내년 물가가 안정되며 금리가 잡힐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거처럼 제로금리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의 금리가 용인되는 상황에서 높아진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기업들이 매우 힘들어지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들이 차별화될 것이라는 게 핵심”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증시 전망을 놓고 “상저하고, 상고하저가 아닌 상고하고라고 전망한다”며 “지수가 급격히 오른다는 게 아니라 견고한 밑단을 기반으로 완만한 상승을 보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도 경기 침체가 오면 주가가 많이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코스피 지수는 하락하더라도 2200~2300을 오갈 것”이라며 “타 증권사와 비교해서 코스피 하단 전망치를 가장 높은 수준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내년 EPS 하락 등 경기 침체가 온다는 우려가 크지만, 과거 미국 경기 침체기에 주가가 많이 무너지지 않았다”며 “이미 주가가 이를 상당 부분 반영했기 때문에 실업률, 경기 지표와 같은 후행지표로 주식시장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내년 증시 상승의 장애물로 윤 본부장은 “예기치 않은 변수가 나오는 것이 걱정된다”며 “가능성은 작지만, 또 다른 전쟁이 터지거나 중국이 정치적 혼란에 빠지는 등 새로운 공급망 이슈가 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변동성 장세에 대해서는 “내년에도 변동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변동성이 꼭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흔히 변동성을 위험으로 계산하지만, 실제 투자에 있어서 변동성이라는 게 위험한 것만은 아니다. 변동성을 이용해서 좋은 주식을 좋은 가격에 살 기회도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경기침체와 변동성이 예상되는 내년 증시 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결과가 아닌 원인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가는 펀더멘털 변화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논리적인 인과관계만 따르기 때문에 뒤늦게 뛰어드는 것”이라며 “과거 지나치게 경기가 좋아 보일 때 주가가 꺾여 내려왔다. 마찬가지로 내년 경기 침체가 선명해 보일 때 주식시장이 턴어라운드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아마도 내년은 그런 턴어라운드형 기업들이 대단히 큰 힘을 받는 해가 될 것이기 때문에 상황이 안 좋아 보일 때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인과관계에 몰두하기보다는 향후 변화 방향을 더 바라보는게 좋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