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증시 ‘상저하고’…코스피 상하단 2100~2600p
“투자는 타이밍 노리며 기다려야”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올해는 고금리 여파로 증시 부진이 심화해 투자자들이 괴로웠지만, 내년 증시는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다.
5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이 센터장은 “올해는 40년 만에 물가 상승률이 최대를 기록했고, 20년 만에 달러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외국인 주식 매도세는 집중돼 국내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며 “투자자에게는 굉장히 힘든 한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400bp(bp=0.01%) 이상 올리면서 한국도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투자자는 조달비용(주식 투자를 위한 자금 비용)이 늘어나 굉장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이 자금조달에 있어 투자자들의 투자 여건을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연준의 금리 인상은 “당황스럽지만 괜찮은 대응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센터장은 “기준금리 인상이 굉장한 경기침체를 일으키면 문제가 되지만, 지금 수준에서는 올릴 때는 고통스러웠어도 적절한 대응이었다”며 “연준이 1979~1980년 제2차 오일쇼크 때 당시 폴 볼커 연준 의장의 모델을 따라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린다. 제2차 오일쇼크 당시 연 10%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6개월 만에 22%까지 끌어올려 강경한 긴축 모델을 대표한다.
이 센터장은 올해 성장주 내에서도 차별화한 주가 흐름이 나타난 점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보다 가치주가 좋다는 전통적인 이론적 배경이 있는데, 이와 무관한 흐름이 두드러졌다”며 “2차전지주는 이익이 확실히 나지 않는 상태에서도 주가가 올랐던 반면 대표적인 성장주였던 네이버나 카카오는 부진을 겪은 것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내년 증시에 대해서는 3~4월 이후 서서히 상승해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3~4월을 반등 시점으로 보는 이유는 해당 기간에 세 가지 모멘텀이 겹쳐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3~4월은 금리 인상이 중단되고 유럽의 한파 시즌이 끝나 에너지 긴축에 의한 경기침체가 완화하며, 중국이 전국인민대표대회 이후 방역 규제를 완화하는 시기일 것”이라며 “이 세 가지가 다 겹치는 시기인 3~4월 정도에 국내 증시에 외국인이 유입되면서 반전 모멘텀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봤다.
내년 코스피지수 상하단에 대해서는 2100~2600포인트(p)를 예상했다. 이 센터장은 “2100p는 기업 순이익이 하향조정으로 155조 원 정도 되면서 주가수익비율(PER)이 10.3배 정도일 경우고, 2600p는 기업 순이익 175조 원에 PER이 11배 정도일 경우”라고 했다.
다만 이 센터장은 내년 증시에도 장애물이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주요 이슈였던 인플레이션 이 주춤하는 대신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져 침체 수준에 따라 증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 센터장은 증시 변동폭이 올해와 같이 클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은 레버리지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타이밍을 가지고 기다려라. 내년 1분기 이후 상황을 보며 주식 비중 조금씩 늘려, 그 이후의 상승에 대한 수익을 누리는 것이 맞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