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반적으로 채권시장 상황이 좋아졌지만 우량물을 제외하면 아직 신용 경계감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금융당국은 판단했다. 이에 당국은 시장 경색 진원지였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경우 기초자산까지 들여다보며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동산금융 비중이 큰 중소형 증권사 위주로 부동산 PF 익스포져를 살피며 추가적인 유동성 위험 노출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PF ABCP는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데, 증권사가 신용보강에 나선 경우가 많다 보니 개별 사업장의 사업성 악화가 신용공여 증권사의 예기치 못한 건전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50조 원+α’ 규모의 시장안정대책을 내놓은 이후 회사채 금리가 하락하는 등 불안이 점차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단기자금시장 중심으로 여전히 어려움이 남아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 하락세 전환과 맞물려 부동산금융과 관련한 부실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경계 요인으로 꼽힌다.
비수도권 사업장을 중심으로 사업성 악화와 미분양이 확산하면서 자금조달 어려움 및 부실 확대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지난달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는 21조 원, 시공사 신용공여 규모는 15조3000억 원에 달한다.
노재웅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본부 실장은 증권업종 PF 유동화증권 차환 현황에 대해 “10∼11월 차환 과정에서 만기구조가 3개월 단위에서 1∼2개월 등으로 단기화하는 사례가 출현했다”며 “유동화증권 인수 또는 우발부채 현실화로 향후 증권사 자산건전성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는 단기자금시장의 어려움이 지속됨에 따라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만기 도래에 따른 시장 수요에 맞춰 지원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시장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PF 관련 차환 부담 등 자금조달 어려움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물량이 내년 2월까지 몰려 있는 가운데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상환 및 차환 우려가 확대됐다”라고 말했다.
이길호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PF ABCP 매입 등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유동화증권 및 회사채 시장 정상화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2023년 초에도 다수의 유동화증권 및 회사채 만기가 도래해 자금조달 어려움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